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미디어기업 블룸버그통신의 사주이기도 한 마이클 블룸버그(76) 전 뉴욕시장이 10일(현지시간) 민주당 당원으로 재가입했다. 젊은 시절 줄곧 민주당원으로 지내다 2001년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꿔 뉴욕시장에 당선된 지 17년 만이다. 이달 초 민주당에 2,000만달러(약 224억원)를 기부한 데 이어, 공식 당원 가입 절차까지 마치면서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 지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습이다. 아울러 2020년 차기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읽힌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뉴욕주 유권자 등록서를 작성하는 사진과 함께 “오늘 민주당원으로 재등록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미국 역사의 핵심은 양당 가운데 한쪽이 헌법을 위협하는 자들에 대한 방어벽 역할을 했다는 것”이라며 “2년 전 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런 위협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공화당을 겨냥해 ‘헌법 위협 세력’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이 국가의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던 블룸버그 전 시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1년 탈당해 공화당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뉴욕시장에 당선됐으나, 재임 도중이었던 2007년 다시 공화당에서 나왔고 이후로는 계속 무소속을 유지해 왔다.
그랬던 그가 17년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재가입한 것은 결국 2020년 대선 출마를 위해 본격 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앞서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달 초 상원 민주당 지원을 위한 슈퍼 팩(PACㆍ정치활동위원회)에 2,000만달러를 기부했고, 민주당 후보들의 중간선거 당선 지원을 위해 최대 8,000만달러를 쓰겠다는 약속도 했다. 특히 이러한 기부는 지난달 “블룸버그가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뉴욕타임스(NYT) 보도 이후에 이뤄졌다. 과거 무소속 후보로서 대선 출마를 수 차례 고려했었지만, 차기 대선에선 기성정당의 옷을 입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그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보호무역주의 등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일방주의 노선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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