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제하 소속의 변호사라는 타이틀로 자동차 관련 법률 칼럼을, 자동차 마니아로는 서킷 주행은 물론 자가 정비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상구 변호사가 재규어 브랜드의 첫 번째 크로스오버 모델, 재규어 F-페이스를 만났다.
재규어 역시 준비에 열을 올린 모습이다. 재규어 F-페이스 라인업 중 가장 강렬한 존재 중 하나가 나선 것이다. 보닛 아래 300마력의 디젤 엔진을 품고 붉은색 재규어 엠블럼과 S의 타이틀을 새긴 F-페이스 3.0d S과 강상구 변호사의 만남은 과연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까?
*본 시승기는 강상구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재규어를 그대로 SUV로 옮겨오다
재규어 F-페이스 3.0d S(이하 F-페이스 S)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재규어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차량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영락 없는 재규어'라는 생각이 들고, 'SUV의 성격'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스포츠 성향을 가진 '재규어의 키를 키워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면에서는 재규어 고유의 당당한 감성이 느껴지는 프론트 그릴과 붉은색 엠블럼, 그리고 S 엠블럼을 자랑한다. 여기에 여느 재규어와 다름 없는 날렵하고 세련된 감성의 헤드라이트, 그리고 큼직한 프론트 범퍼의 조합을 통해 차량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측면의 경우에는 휠 하우스 위쪽으로만 본다면 날렵한 느낌이 돋보이는 4도어 스포츠 세단, 스포츠카의 실루엣이 그대로 살아있는 모습이 이목을 끕니다. 여기에 재규어 고유의 윈도우 라인과 곡선으로 표현된 매력적인 실루엣 등이 어우러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이외에도 투톤 알로이 휠과 그 안의 붉은 엠블럼 역시 F-페이스 S의 성격을 그 무엇보다 확실히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후면은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스포티한 성향이 살아있는 SUV의 감성을 잘 표현하기 위한 노력과 정성이 돋보였습니다만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SUV의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F-타입에서 가져온 것 같다는 생각 뿐이라 SUV와는 어울리지 않은 부분이라 생각되었습니다.
XE, XF를 닮은 실내 공간
재규어 F-페이스 S의 실내 공간은 재규어 세단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습니다.
대시보드나 센터페시아 그리고 계기판 모두가 여느 재규어 세단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검은색 가죽과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은 갈색 가죽과 함께 어우러지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잘 드러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가죽 부분의 소재가 '조금 더 고급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서 XE, XF가 먼저 떠오르지 SUV 특유의 감성이라는 건 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감성을 받아드리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겠으나 어쩌면 이러한 점이 F-페이스 S만의 특성이라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내 공간의 만족감은 중형 SUV가 갖춰야 할 기준을 충족합니다. 제법 멋스러운 시트와 넉넉한 휠베이스를 기반하고 있어 그런지 1열 공간의 만족감이 우수했습니다. 시트 포지션도 과도하게 높은 스타일이 아니라 체형을 가리지 않고 누구라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열 공간은 조금 좁은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겉으로 보았을 때에 비해 레그룸이 다소 좁은 편이었고, 헤드룸은 F-페이스 S 특유의 유려한 실루엣 때문에 조금 낮게 느껴졌습니다. 1열처럼 2열의 시트 역시 고급감이 조금 아쉬웠지만 갈색의 컬러나 시트의 전체적인 형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한편 적재 공간도 중형 SUV로서는 충분했습니다.
재규어 드라이빙 감성을 그대로
흔히 SUV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차량에 비해 지상고가 높은 특성이 드라이빙에서도 그대로 느껴지게 됩니다. 하지만 재규어 F-페이스 S와의 주행에서는 SUV라는 특성보다는 '재규어 고유의 감성'이 더욱 명확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걸 느낄 수 있어 무척 이색적이 경험이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드라이빙 포지션이나 스티어링 휠의 질감 등 주행 전 경험하는 요소는 물론이고 파워트레인 및 차량의 움직임 전반적인 영역에서 드러나는 재규어의 매력은 F-페이스가 여타 다른 SUV들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보닛 아래의 엔진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300마력이라는 출력과 70kg.m를 넘기는 풍부한 토크를 발산하며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움직입니다. 게다가 디젤 엔진으로서는 상당히 매끄럽고 부드러운 질감을 갖고 있다는 점 역시 큰 강점이라 프리미엄 디젤 SUV로서 최고의 무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재규어의 무기 중 하나인 사운드는 크게 살아나지 못하는 게 아쉬웠습니다. F-페이스 S는 매력적인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연출하기 보다는 정숙하게 드라이빙을 이어가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다른 재규어, 혹은 랜드로버에 적용된 8단 자동 변속기는 F-페이스 S에서도 제몫을 다합니다. 기본적인 변속의 부드럼이나 변속 속도도 우수한 편이고 이를 기반으로 뛰어난 효율성을 연출하는 것도 상당히 돋보였습니다. 이외에도 패들시프트로 수동 변속을 이어가며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살리는 것도 강점이 되었습니다.
다만 시승 차량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저속에서 변속이 튀고, 변속 타이밍이 다소 들쭉날쭉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조금 아쉬웠습니다.
차량의 움직임은 여지없는 영국차, 재규어의 특성이 드러납니다. 스티어링 휠 조향에 대한 반응은 아주 날카로운 편은 아니지만 선회에 대한 느낌을 제법 직관적으로 연출합니다. 덕분에 차량을 다루는 맛은 상당히 우수한 편입니다.
다만 성인 남성의 입장으로도 다소 부담될 정도로 무겁게 세팅된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에게 다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의 파지감이 그리 우수한 편이 아니라 형상의 개선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스티어링 휠 조향에 대한 반응이 이어지면 재규어의 감성이 곧바로 전해집니다. 코너를 파고들 때 부드러운 하체 반응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안정성을 강조하며 코너를 타고, 그대로 빠져나갑니다. 하체의 움직임이 둔탁하지 않고 부드러운 영국 특유의 셋업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셋업을 바탕으로 벨지안 로드 부분에서는 정말 탁월한 승차감을 연출하며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재규어 SUV의 시작, F-페이스 S
재규어 F-페이스 S는 아주 만족스러운 차량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시승을 앞두고 들었던 우려는 완전히 씻어낸 차량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랜드로버에 재규어 엠블럼을 단 차량'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F-페이스는 랜드로버와는 완전히 다른 '재규어의 맛'을 잘 살렸던 것입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습니다. 보다 대중 시장을 노리는 차량으로서는 부담되는 스티어링 휠이나 SUV의 정도와는 조금 간격이 있는 특유의 감성 등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규어의 첫 번째 SUV라는 걸 고려한다면 이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그리고 경쟁력이 있는 존재라 생각됩니다.
정리: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취재협조: 법무법인 제하 강상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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