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가 있는 전민재(41ㆍ전북장애인체육회)가 1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스포츠등급 T36) 결선에서 14초98의 기록으로 1위로 차지했다. 이틀 전 200m 우승에 이은 2관왕이다.
레이스를 마친 그의 발목에는 부상 방지용 근육 테이프가 여러 겹 감겨 있었다. 두꺼운 테이프 탓인지 발목이 더 얇아 보였다. 전민재는 그 가느다란 발목으로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2관왕 2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시상대에 선 그는 작은 손으로 가슴의 태극마크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전민재는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패럴림픽 200m 은메달리스트기도 하다.
신순철 장애인육상대표팀 코치는 ‘애제자’ 전민재를 보며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선수”라고 했다. 전민재는 훈련장뿐 아니라 이천훈련원 안에서도 늘 뛰어다닌다고 한다. 신 코치는 “일상생활이 훈련이다. 민재는 끊임없이 달리고 또 즐긴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밤새도록 달릴 만큼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 장애인, 비장애인 선수를 통틀어 정말 특별한 정신력의 소유자”라고 칭찬했다. 1977년생,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최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2020년 도쿄 패럴림픽은 물론 그 이후까지도 계속 지금의 기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 코치 말에 전민재는 손사래를 쳤다.
전민재는 2020년 도쿄 패럴림픽까지만 뛴 뒤 은퇴할 계획이다. 신 코치가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자기가 세운 100m 최고기록(14초70), 200m 최고기록(30초67)을 넘는 것이 목표다. 당일 컨디션이 좋으면 금메달도 가능할 것”이라고 하자 전민재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쉼 없이 달리는 선수, 전민재에게 “달리기는 어떤 의미냐”고 묻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심전심인 신 코치가 대신 답했다.
“민재에게 육상 트랙은 놀이터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행복하게 달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ㆍ자카르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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