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력서열 1~3위가 같은 날에 아프리카 앙골라 대통령과 차례로 만났다. 한국이나 일본 정상이 방중했을 때도 보기 힘든 일이다. 미중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아프리카를 우군으로 포섭하려는 적극적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포함한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다자주의 수호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질서를 위해 양국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고, 로렌수 대통령은 “인프라 건설과 민생 분야에서 중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의장대 사열 등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했다.
이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을 배석시킨 가운데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과 앙골라는 협력 모델을 혁신하고 투자보호협정을 하루빨리 체결해 산업ㆍ무역ㆍ인프라 건설 등 중점 분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따로 로렌수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해 일대일로를 공동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중국 최고지도부의 이례적인 환대는 미국과 ‘무역전쟁’에 이어 외교ㆍ군사분야는 물론 인권문제에서까지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를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지지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시 주석과 리 총리, 리 상무위원장이 약속이나 한 듯 다자주의를 강조하며 중국과 앙골라 사이의 공동노력을 촉구한 건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일대일로 협력 강화에 대한 언급에도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질서를 재편하겠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을 자극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지난달 초 중국ㆍ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로렌수 대통령을 한 달여 만에 다시 초청해 대규모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중국과의 밀착이 아프리카 국가에 도움이 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FOCAC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54개국 중 53개국 정상 및 국가수반을 초청해 일대일로 사업 확대와 함께 600억달러(약 66조원) 지원을 약속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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