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모든 걸 걸자. 크리스 세일(29)을 투입한다.”
보스턴의 알렉스 코라(43) 감독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승제) 4차전 4-1로 앞선 상황, 8회를 앞두고 코치들과 논의 끝에 고심의 결정을 내렸다. 챔피언십시리즈 진출까지 1승 만을 남겨 놓은 가운데 1차전 선발 투수였던 세일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이날 시리즈를 끝내기 위한 승부수였다. 자칫 ‘세일의 불펜 카드’가 실패할 경우 확실한 5차전 선발 투수를 잃을 수도 있는 모험이었지만 세일은 역시 위력적이었다. 지난 6일 1차전에서 5⅓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던 세일은 구원 등판해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평균 시속 150㎞의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에 타자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 등을 앞세워 ‘랜디 존슨의 재림’으로 불리는 이유를 입증했다.
보스턴은 9회말 세일의 바통을 이어 받은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럴이 볼넷 2개와 안타 1개로 흔들리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킴브럴은 닐 워커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을 던져 1점을 내줬고, 계속된 1사 만루에서 게리 산체스에게 외야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4-3, 1점 차로 쫓긴 보스턴은 그러나 킴브럴이 글레이버 토레스를 3루수 땅볼로 잡고 경기를 힘겹게 끝냈다. 보스턴 선발 릭 포셀로는 5이닝 4피안타 1탈삼진 1실점 호투로 개인 통산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따냈다.
보스턴은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이후 1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영원한 라이벌 양키스를 3승1패로 따돌리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4년 당시 맞대결에서 보스턴은 3연패 뒤 4연승을 거둬 ‘밤비노의 저주’를 풀었고, 기세를 몰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올해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과 7전4승제의 승부를 펼친다. 두 팀은 지난해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어 휴스턴이 이겼다.
세일은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라며 “야구 선수가 되기로 했을 때, 스프링캠프에서 준비할 때 이를 위해서 해왔다. 우리는 끝까지 야구하기를 원하고, 트로피를 원한다”고 밝혔다. 코라 감독은 “3일 전에 세일과 4차전 불펜 등판에 대해 얘기했고, 트레이닝 스태프와도 논의했다”며 “오늘은 세일의 날이었다. 정말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반면 양키스는 베테랑 선발 CC 사바시아를 내고도 벼랑 끝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홈 2연패로 씁쓸하게 가을야구에서 퇴장했다. 특히 9회말 무사 1ㆍ2루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4번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침묵(4타수 무안타)이 뼈아팠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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