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술자격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전기기능장 시험에서 시험 관리를 입사 1년 미만 신입사원에게 맡기는 등 허술하게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해당 직원이 개인메일을 통해 출제할 문제를 주고받고 외부 전문가에 검토를 맡겼다가 문제가 유출됐는데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치러진 제62회 전기기능장 시험 출제업무 담당자였던 공단직원 김모(35)씨는 외부 전문가 이모(56)씨에게 실기시험 문제 출제를 의뢰하면서 본인의 개인메일로 총 5개의 문제를 접수 받았다. 외부 전문가 1인당 연간 3문제 이하를 공식 웹 시스템이나 우편을 통해 받도록 돼 있는 절차를 어긴 것이다.
김씨는 또 당초 출제하기로 결정됐던 문제를 개인메일로 받은 5문제로 임의로 교체하고, 시험문제가 정해진 후에도 세 차례에 걸쳐 외부에서 검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문제 검토를 담당했던 또 다른 외부 전문가 김모(56)씨가 본인의 학원에서 시험 전 해당 문제를 수강생들에게 알려주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정작 공단 측에서는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서울의 한 전기기능장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답안을 전달받는 부정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이뤄진 국가기술자격 시험관리 특정감사에서야 밝혀졌다. 전기기술 분야의 장인을 선발하는 전기기능장은 취득 시 기술직 공무원 채용에 가산점이 주어지는 등 취업과 수당에 혜택이 많다. 그러나 실기시험 합격률이 20% 안팎에 불과해 부정행위 유혹이 크고 이전에도 시험지 유출 의혹이 불거진 적이 있다.
공단이 관리하는 국가기술자격 시험은 무려 477개로 한 해 응시생만도 37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담당하는 직원 수는 50여명 안팎이라 애초에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기능장의 경우에도 시험 출제업무를 전담하는 공단 직원은 김씨 한 명뿐이었다. 신창현 의원은 “가장 공정해야 할 국가기술자격 시험의 부정행위 및 관리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공단은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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