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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일감 몰아주기 ‘사각지대’ 재벌 계열사 내부거래 규모 2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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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일감 몰아주기 ‘사각지대’ 재벌 계열사 내부거래 규모 24조

입력
2018.10.10 12:00
수정
2018.10.10 19:3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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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그룹의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는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아파트(아이파크) 등에 스마트홈 시스템을 공급한다. 최대주주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29.9%)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콘트롤스는 전체 매출 2,640억원 중 1,725억원(65%)을 현대산업개발 그룹 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벌었다. 하지만 아이콘트롤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2015년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 보유한 상장사(비상장사 20%)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되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신주 발행)하는 방식으로 정 회장의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의 구내식당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 1조7,260억원 중 6,285억원(36%)을 계열사에서 벌었다. 당초 삼성웰스토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45%(2013년 6월 말 기준) 이상 지분을 보유한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의 사업부였지만, 2013년 말 법인으로 독립해 자회사가 됐다.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웰스토리를 ‘간접’ 지배하는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한 회사의 일감 몰아주기만 규제할 수 있다.

이처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 대기업 계열사의 전체 내부거래(계열사간 거래) 규모가 24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수 2세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60곳(계열사 1,779곳)의 내부거래 실태를 발표했다.

◇10대 재벌총수 2세 소유기업, 내부거래 비중 79%

전체 대기업집단 60곳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 대비 11.9%, 금액은 19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12.2%ㆍ152조5,000억원)과 비교해 비중은 0.3%포인트 줄고, 금액은 26%(38조9,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자산 5조~10조원 준(準)대기업 집단이 올해 처음 집계에 포함되면서 내부거래 금액은 증가하고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을 제외하고 기존 대기업 27곳의 내부거래를 살펴보면, 비중(12.2→12.8%)과 금액(152조5,000억→174조3,000억원) 모두 증가했다.

총수 2세 지분율과 내부거래의 비례 관계도 선명했다. 지난해 총수 2세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였지만, 지분이 100%인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44.4%까지 올라간다. 특히 상위 10대 대기업의 경우, 총수 2세가 지분을 100% 보유한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79.3%에 달했다. 매출이 100억원이라면 이중 79억원은 계열사간 거래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총수 2세 계열사 주식 저가매입→그룹 일감 확보→지분가치 상승→승계자금 마련(지분매각) 혹은 핵심 회사와 합병’ 등의 편법 경영권 승계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일감 몰아주기 ‘사각지대’ 내부거래가 더 많아

현재 일감 몰아주기 사각지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회사의 자회사(202곳) △총수일가 지분이 20~30%인 상장사(27곳) △이들 회사의 자회사(91곳) 등 총 320곳이다. 이들 사각지대 회사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24조6,000억원으로, 현재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고 있는 회사(13조4,000억원)보다 약 1.8배 컸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사각지대 회사와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90.7%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며 “사각지대에서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훼손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상장ㆍ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낮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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