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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받고 먹튀... 여행사 주의보

입력
2018.10.10 12:49
수정
2018.10.10 22:0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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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6월 탑항공을 통해 인천-도쿄 왕복 항공권을 59만8,000원에 구입했다가 다음달 개인 사정으로 구매 취소를 요청한 뒤 환급수수료 6만6,000원을 지급했다. 탑항공은 그러나 환급을 약속한 60일이 지난 후에도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급기야 이달 1일 폐업했다.

B씨도 7월 홈쇼핑을 통해 e온누리여행사의 베트남 다낭 여행 상품을 약 240만원에 계약했지만 출발 하루 전인 9월 3일 오후 여행사로부터 ‘경영 악화로 인해 폐업한다’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피해 구제 조치는 전혀 없었다.

C씨는 8월 싱글라이프투어를 통해 9월 24일에 출발하는 몰디브 여행 상품을 계약하고 1,528만9,400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출발 나흘 전 여행사는 회사 부도 사실을 알리며 현지에 여행 자금을 전달하지 못해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추후 보증보험을 통해 피해 보상을 청구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10일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두 달 간 탑항공, 더좋은여행, e온누리여행사, 싱글라이프투어 등 4개 여행사가 잇따라 폐업하며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여행 출발 직전 폐업이나 부도 통보 △여행 취소에 따른 위약금 미지급 △항공권 구입 대금 미환급 등이 주된 피해 사례로, 이들 4개 여행사와 관련해 올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불만 상담은 지난달 말까지 77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건)보다 8배 이상 늘었다.

폐업 여행사 소비자불만 상담 접수 현황=그래픽 박구원 기자
폐업 여행사 소비자불만 상담 접수 현황=그래픽 박구원 기자

여행사별로는 이달 1일 폐업한 탑항공에 대한 불만이 68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더좋은여행(9월5일 폐업) 59건, e온누리여행(9월3일 폐업) 24건, 싱글라이프투어(9월28일 폐업) 6건 순이었다. 이 가운데 17건은 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여행 상품과 관련된 것이어서 홈쇼핑의 거래회사 관리 소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폐업 등으로 사업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여행사로부터 직접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운 만큼, 해당 여행사의 영업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가입된 경우엔 한국여행업협회를 통해 여행사가 가입한 보증보험으로 보상 청구를 해야 한다. 이번에 폐업한 4개 여행사는 모두 영업보증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다만 보상 청구를 하더라도 피해 금액의 100% 환불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행사의 보증보험 가입액수(보험료)에 따라 보상금이 달라지는데 피해자가 많을 경우 보상금을 나눠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홍인수 소비자원 팀장은 “예컨대 피해액은 총 10억원인데 보험금은 2억원이면 피해자들이 2억원을 피해액에 비례해 나누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세 여행사의 경우 보통 낮은 보험료를 내고 있어 보험금도 적다.

만약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 유효기간이 지난 여행사가 폐업할 경우 보상책은 회사 대표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밖에 없다. 하지만 회사 대표가 잠적하면서 추징할 자산을 숨기거나 소진하는 경우가 많아 소송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사 폐업에 따른 피해는 구제받기 쉽지 않은 만큼 피해 예방을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원은 여행 상품 구매 계약을 할 때 여행사의 영업보증보험 가입 여부와 가입액수 규모를 확인할 것을 조언했다. 또 여행 대금은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하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계약서, 입금증 등 증빙서류를 보관해야 한다. 홍 팀장은 “최근 여행 예약 대행사 직원이 10억원을 넘는 고객 돈을 가로채 도피한 사건도 있었던 만큼, 여행 계약을 할 땐 절대 개인계좌로 송금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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