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앞서 tvN ‘도깨비’에서 “파국이다”를 외치던 강렬한 원귀 박중헌을 넘어 ‘미스터 션샤인’의 전당포 ‘해드리오’ 사장 일식이로 웃음과 감동을 전한 것.
일찌감치 촬영을 끝낸 덕분에 마지막 회를 ‘시청자의 마음’으로 시청했다는 김병철은 “(마지막 회를 보고) 엉엉 울었다”며 입을 열었다.
“슬프고 먹먹한 마음에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닌데, 그 당시 선조들의 마음이 조금 느껴졌던 것 같아요. 마지막 회에서 이름 모를 많은 백성 분들이 나와서 행동에 나서는 장면이 굉장히 뭉클하고 감동적이었죠. 이번 작품을 통해 선조 분들의 희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고, 그 분들의 후손으로서 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시청자 분들도 그런 걸 생각하시게 되는 드라마였지 않았나 싶어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1900년부터 1905년까지 대한제국 시대 의병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미스터 션샤인’은 극 초반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었다. 출연 배우로서 상당히 힘 빠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을 터. 김병철은 당시에 대한 이야기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런 논란을 처음부터 예상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이런 소재가 상당히 민감한 것이고,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겠구나 싶었어요. 물론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신다면 ‘아 그런 게 아니구나’ 하실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방송이 진행되는 과정 중이었기 때문에 조금 난감했던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남아 있는 촬영 분들이 있었던 만큼, 그런 오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게 처음의 의미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전당포 ‘해드리오’의 사장 일식이로 극에 유쾌함과 감동을 함께 전했던 김병철은 일식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전했다.
“일식이는 처음에 추노꾼이었잖아요. 물론 생계를 위한 일이었겠지만 추노꾼이라는 게 사람을 잡아다가 다시 노예 생활을 하게 만드는 일이라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부정적인 일을 하던 사람이 나중에는 의병 활동에 가담하게 되기까지 변화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긍정적이고 선한 인물을 그려낼 수 있었어요. 시청자 분들이 그런 일식이 캐릭터에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앞서 지난 2016년 tvN ‘도깨비’를 통해 원귀 박중헌으로 강렬한 인생 캐릭터를 구축했던 김병철이기에,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이를 넘어서야겠다는 부담감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병철은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고 입을 열었다.
“솔직히 (박중헌을)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모든 인물들은 다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다른 면들이 저라는 배우를 통해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그런 면에서 일식이는 박중헌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고,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김병철은 자신에게 인생 캐릭터를 선물했던 tvN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해 KBS2 ‘태양의 후예까지’ 무려 세 작품에 걸쳐 이응복 PD, 김은숙 작가와 호흡을 맞췄다. ‘김은숙의 남자’라는 애칭에 대해 “김은숙의 남자가 너무 많아서 저는 그 사이에 들지도 못한다”며 미소를 지은 김병철은 자신의 어떤 면을 보고 캐스팅 한 것 같냐는 질문에 한참의 고민 후 답을 건넸다.
“개성이 도드라지진 않지만 그래서 다양한 역할을 해 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해 주신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하는 걸 보고 ‘이 친구가 다른 면도 있겠구나’ 하는 부분을 발견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다양한 역할을 통해서 시청자 분들을 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본격적인 매체 연기 시작 이후 쉴 틈 없이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는 김병철. 그의 작품 선택 기준에 궁금증이 모였다.
“‘해당 작품 자체가 나에게 흥미로운가’ 하는 지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이 흥미롭다면, ‘그 역할이 꼭 해당 작품에 필요하고 재미있는 역할인가’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충족된다면 어떤 작품이든 충분히 출연할 수 있어요. 앞으로 원하는 장르요? 지금까지 해 왔던 장르도 좋고, 해보지 않았던 멜로 연기나 액션, 공포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전형적인 코미디도 좋을 것 같고요.”
그야말로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김병철은 일찌감치 차기작을 결정하고 또 한 번 변신을 예고했다. 차기작인 JTBC ‘스카이캐슬’에서 김병철은 검사출신 로스쿨 교수이자 학부모로 분한다.
“입시라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블랙코미디 형식의 작품이에요. 드라마 특유의 재미있는 면들과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노력하면서 준비 중이에요.”
어느덧 데뷔 15년차 배우가 된 김병철의 연기 인생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계속 될 예정이다. 김병철은 자신의 목표점을 묻는 질문에 진솔한 대답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사실 저는 장기적인 목표는 크게 없는 편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을 통해서 시청자 분들과 잘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지금까지도 늘 그렇게 작업을 해 왔던 것 같아요. 만약 지금 제 위치를 내다보고 걸어왔다면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목표를 세운다고 해서 그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아서, 저는 앞으로도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해요. 그게 제 목표겠네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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