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이 본 롱런 비결
최강희 감독 “회복속도 남달라”
트레이너 “체지방, 근육량이
11살 어린 한교원과 선두 다툼”
주치의 “다치면 회복에만 매진
남다른 마인트 콘트롤도 효과”
2경기만 더 뛰면 한국 프로축구 통산 500경기를 채운다. 김기동(은퇴ㆍ501경기)의 필드 플레이어 최다 출전까지는 3경기 남았다.
한국 나이 불혹인 1979년생 공격수 이동국(전북 현대)이 쓰고 있는 역사다. 이동국은 올 시즌 12골로 팀 내 득점 1위(전체 6위)다. 2009년부터 10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세웠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꾸준한 활약에 대해 최강희(59) 전북 감독은 “회복 속도가 남다르다”고 말한다. 이동국의 몸을 직접 진단하고 근육을 만지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좀 더 구체적이다.
2013년부터 1주일에 2~3번씩 이동국의 다리를 마사지해 온 김재오 트레이너는 “일단 다리 근육량이 엄청나다”고 했다. 이동국은 체력을 떠받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허벅지 굵기가 일반 여성의 허리와 비슷한 25~26인치다. 김 트레이너는 “근육량은 나이 들면 줄어드는데 이동국은 5년 전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다”며 “뿐만 아니라 근육이 굉장히 부드럽다. 질이 뛰어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체지방, 근육량을 측정하면 이동국은 열한 살 어린 한교원과 함께 팀 내에서 1~2등을 다툰다고 한다.
2009년부터 전북 주치의를 맡고 있는 송하헌 본병원장은 “이동국은 반(半) 의사”라며 미소 지었다. 이동국이 몸에 이상이 생겨 ‘자가진단’을 내리면 거의 들어맞는다는 뜻이다. 송 원장은 “정확히 어느 부위를 얼마나 다쳤는지 집요하게 파악한다. 시즌 끝나면 자신의 차트를 복사해 가서 휴가 때 리뷰를 한다. 또 자기가 어떻게 다쳤는지를 정확히 기억한다. (부상 상황을) 끊임없이 되새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트레이너 역시 “이동국은 의무 팀에 너무 세세한 걸 요구해 트레이너들이 때로 괴로울 때도 있다”고 웃었다.
이동국은 ‘마인드 콘트롤’도 남다르다. 몸이 아픈 선수는 감독 눈치를 보기 마련이고 주전 경쟁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송 원장은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몸보다 마음이 아파 회복이 더딘 경우가 많다”며 “반면 이동국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부상 후 회복에만 매진할 뿐 다른 건 아예 신경을 끈다. 물론 최강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최 감독과 이동국은 2009년부터 한솥밥을 먹으며 올 시즌까지 6번 우승을 합작해 ‘영혼의 사제’로 불린다.
송 원장은 “이동국의 근육 나이는 30대 초반”이라며 “다른 종목에서도 이동국 같은 선수는 보기 드물다. 발가락이 부러졌는데 1주일 뒤에 테이핑하고 뛰어다니는 걸 보고 놀란 적도 있다”며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자, 후천적이라 할 수 있는 엄청난 운동량이 전설 탄생의 비결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북이 나이가 많은 이동국과 다년이 아닌 1년 계약을 해오고 있다. 올해도 계약이 끝나 곧 협상에 들어가는데 재계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강희 감독 역시 이동국을 꼭 붙잡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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