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저유소(휘발유 저장탱크) 화재 원인이 지름 40㎝ㆍ높이 60㎝ 크기 풍등(風燈)으로 밝혀지면서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풍등으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면서 올해부터 소방당국이 제한명령을 할 경우, 풍등을 날리지 못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신고 사항이 아니라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법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풍등은 알루미늄으로 된 뼈대에 한지 재질의 얇은 종이를 씌우고 석유에서 얻어지는 반투명 고체연료(파라핀)에 불을 붙여 날리는 소형 열기구다. 삼국시대 제갈공명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임진왜란 당시 군에서 신호를 보내는 용도로 쓰였다. 최근 소원등으로 불리며 전국에서 앞다투어 축제를 열 정도로 인기 관광상품이 됐다.
문제는 풍등이 강풍이 부는 건조한 날 대형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풍등은 최대 20분 정도 공중에 머물다가 그 안에 고체연료가 다 타면 지상으로 떨어지는데 바람 등으로 연료가 다 연소되기 전에 추락하면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올 1월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입구에 세워진 철제 구조물에 풍등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했고, 같은 달 부산 기장군 삼각산 인근 50만㎡를 태운 화재 원인도 풍등이 지목됐다. 2013년 4월 충남 논산시 캠핑장에서 날린 풍등 5개 중 2개가 인근 산지에 떨어져 7㏊를 태우기도 했다.
풍등 화재사고가 잇따르자 소방당국은 지난해 소방기본법을 개정, 풍등 날리기를 ‘화재 예방상 위험행위’로 규정해 소방당국이 금지할 수 있는 활동에 포함시켰다. 풍등 날리는 행사가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기후ㆍ지역에서 열리면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이 행사를 금지할 수 있고, 이를 어겼을 때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한 것이다.
문제는 행사 주최측이나 개인이 이를 신고할 의무가 없어 소방당국이 사전에 인지 못하는 행사에 대해선 아무 제재를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소규모 풍등 날리기 행사는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셈. 실제 7일 고양 저유소 화재의 경우도 스리랑카인 A(27)씨가 전날 인근 초등학교에서 행사에서 날렸던 풍등이 떨어진 것을 발견하고 다시 날려 발생했는데, 이 행사 역시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풍등으로 인한 화재를 막기 위해선 허가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풍등 날리기를 진행해온 각종 지역 축제 주최측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서 열린 효석문화제에선 소방당국 허가를 받아 풍등 500개를 날렸지만 내년 행사부턴 하지 않을 계획이다. 2012년부터 매년 풍등 수천 개를 날려온 대구 풍등 축제 관계자는 "대구소방안전본부와 긴밀한 협의를 하며 완벽한 화재예방대책을 수립해 실시했는데, 내년 행사 개최 여부는 현재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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