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8만명을 웃돌던 장기기증 희망자가 10년 새 절반 넘게 급감하면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결국 사망한 환자 수가 올 상반기에만 700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10년 간 한국 장기이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총 2만9,171명으로 평균 대기 기간은 1,238일(약 3년3개월)에 달한다. 또 올 상반기(1~6월) 결국 이식을 받지 못하고 숨진 사람은 72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부터 10년 간으로 따지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총 1만1,006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장기이식을 원하는 환자는 해마다 느는 반면 장기기증 희망자는 대폭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8만3,370명에 달하던 장기기증 희망자는 다음 해 33.0% 줄어든 12만2,815명으로 내려앉더니, 지난해에는 7만5,915명으로 떨어졌다.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09년 1만2,532명, 2013년 2만1,901명, 지난해 2만7,70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829명 수준이던 장기이식 대기 사망자 역시 지난해에는 2배 가까운 1,610명으로 급증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한국의 장기이식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13년 기준 인구 100만명 당 뇌사장기기증률은 스페인은 35.12명, 미국은 25.99명, 프랑스는 25.50명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8.44명에 그쳤다. 윤일규 의원은 “스페인과 프랑스는 명백한 기증 거부 의사가 없을 경우 장기기증희망자로 간주하는 ‘옵트아웃제’를 도입했고, 미국이나 영국은 운전면허 신규 취득인원에게 장기기증 신청방법을 안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라며 “국내에도 장기기증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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