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놓고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사이버 보안 결함 지적이 나오며 장비 입찰 금지 조치가 잇따르자 1위 자리가 위태로워 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올해 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장비 구축이 본격화하는 5세대(G) 이동통신 시장에서 도태되면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의 막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휩쓸어온 화웨이로서는 창사 이래 경험하지 못한 위기다.
한국화웨이는 8일 ‘사이버 보안에 대한 화웨이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5G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내년 3월 국가차원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추진 중인 한국의 5G 장비시장을 뚫지 못할 경우 향후 5G 전환이 이어질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궁지에 몰린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우리 제품과 솔루션은 전 세계 주요 이동통신사와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 500대 기업 및 170여 개 이상 국가의 고객과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사이버 보안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또 2013년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에 4세대 이동통신(LTE) 장비를 공급한 이후 지금까지 보안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제 CC(Common Criteria)가 백도어(뒷문, 시스템에 접근하는 미인증 프로그램)가 없다고 인증했고, 우리 정부의 수차례 현장 검증도 통과했다는 게 화웨이의 설명이다.
5G 장비 검증에 대해서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보안 우려를 제기하면 상황에 맞게 조치하고, 한국 정부가 보안 검증을 요구하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 일본 영국 호주 정부는 화웨이 장비 5G 입찰 참여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5G 시범사업에서 배제됐다고 보도된 인도에서는 지난달 말 인도 정보통신부로부터 초청장을 받아 12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일본 정부가 중국 기업을 배제할 것’이란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대해서는 영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미디어를 인용해 “일본 정부 공식적인 발표나 이 같은 우려는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의 통신장비 시장조사업체 델오로(Dell'Oro)에 따르면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에서 2016년 매출 기준 점유율 31.8%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31.2%로 에릭슨(28.9%)를 눌렀지만, 올해는 상반기 점유율이 30.7%로 떨어져 에릭슨(29.3%)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같은 중국 업체 ZTE가 통신 결함이 발견돼 미국에서 철퇴를 맞은 후 올해 2분기 5위로 하락한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1위 통신사업자 버라이즌을 비롯해 2위 AT&T, 4위 스프린트의 5G 장비 공급사로 잇따라 선정되면서 전 세계 통신장비 업계 순위가 재편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5G 시장을 놓친 화웨이로서는 다른 국가에서 어떻게든 만회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달 SK텔레콤은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를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해 화웨이를 배제했다. KT도 화웨이 장비 채택 가능성이 작게 점쳐진다. 그나마 이미 LTE 장비에서 화웨이 제품을 채택한 LG유플러스가 채택 가능성이 있는 통신사다. 화웨이는 지난 4일 5G 장비에 필요한 국내 적합성(전파) 인증을 받아 장비 공급 준비는 마쳤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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