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독일 물리학자 브라운이 음극선관(브라운관)을 개발하며 전자식 TV의 시대가 열렸다. 흑백에서 컬러 브라운관으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에서 액정표시장치(LCD)로 발전한 TV 화면은 별도 광원(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까지 진화했고, 완전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픽셀(화소) 개수로 나타내는 TV의 해상도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표준화질(SD)에서 고화질(HD)로, 다시 풀HD(FHD)를 거쳐 초고화질(UHD) 시대로 접어들었다.
UHD 해상도는 흔히 4K와 혼용된다. UHD는 가로 4,096개, 세로 2,160개 화소라 총 화소가 약 800만개다. 가로 화소수가 4,000개 안팎인 TV를 4K TV라 부르는데, 여기서 K는 1,000을 의미하는 킬로(Kilo)다. 같은 맥락에서 FHD TV는 2K TV가 된다.
10년 가까이 집에서 45인치 FHD TV만 보다 가전 전시회에서 4K TV의 화질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같은 사이즈라도 약 200만 화소인 FHD보다 UHD의 화소가 네 배나 많다.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에다 실물을 보는 듯한 느낌에 ‘꼭 사고 말리라’ 결심했지만 아직까지 집에 있는 TV는 고장이 나지 않았다.
4K TV가 본격화한 게 최근 1, 2년인데 벌써 8K TV가 나오고 있다. 8K는 가로 7,680 화소에 세로가 4,320 화소다. 총 화소수는 4K의 4배인 3,300만개에 이른다.
대만 훙하이그룹이 2016년 말 인수한 일본 샤프가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8K TV를 처음 선보였고, 올해 4월 유럽에도 출시했다.
글로벌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도 지난 8월 말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8에서 QLED 8K TV를 전시하며 ‘8K 시대’를 예고했다. 지난달 유럽에 이어 이달 초 미국에서 판매에 들어갔고 국내에는 이달 안에 8K TV를 출시한다.
가격은 물론 비싸다. 샤프의 유럽 70인치 8K TV는 1만1,199유로(약 1,470만원)부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내놓은 85인치 8K QLED TV는 가격은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다.
8K 해상도로 촬영한 영상이 부족한 것은 아직 8K TV의 한계다. 삼성전자는 SD급 영상 해상도를 8K 수준으로 높이는 ‘8K 인공지능(AI) 업스케일링’ 기술을 적용해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
가격이나 콘텐츠 부족보다 더 높아 보이는 ‘벽’은 TV 설치 공간이다. 샤프의 8K TV는 70인치이고, 삼성전자도 최하 크기를 65인치로 잡고 있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출시 시기를 정하지 않은 LG전자가 IFA 2018에서 공개한 8K OLED TV는 무려 88인치였다.
8K TV는 태생적으로 크기가 뒷받침돼야 뛰어난 화질이 돋보인다. 작은 화면에서는 4K로도 충분히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은 사정이 다를지 몰라도 국내에서 20평대 집안 거실에 65인치 이상 TV를 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력보호와 전기료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다.
지난달 말 나온 통계청의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 보고서를 보면 2000년에 222만 가구였던 1인 가구는 지난해 562만 가구로 늘었다. 일반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27.2%, 2인 가구 비율이 26.7%다. 개인 취향이 중요하고 살 사람은 산다고 해도 1, 2인 가구 주택이 대화면 TV를 소화할 정도로 넓은 경우가 아주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값이 미친 듯 치솟은 서울에서는 20평대 내 집 마련도 벅찬 꿈이 된 게 현실이다.
TV 기술이 계속 진화하는데 사회 구조도 변하고 있다. 제조사들 입장에서 8K TV는 앞선 기술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새로운 도전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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