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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래량도 대금도... 공매도 시장 휘젓는 외국계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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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래량도 대금도... 공매도 시장 휘젓는 외국계 증권사들

입력
2018.10.09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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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매도로 인한 주가하락 폐해 등이 이어지며 폐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증시의 공매도 거래는 유독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보유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공매도 시장을 휘젓고 있다는 의혹은 많았지만 개별 증권사들의 거래량과 거래액 수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8일 금융감독원을 통해 각 증권사로부터 받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증권사별 공매도 거래량 및 거래대금 자료에 따르면 공매도 상위 10개사에 모건스탠리(약 24억주, 58조원) 크레디트스위스(23억주, 46조원) 메릴린치(9억주, 22조원) 등 외국계 증권사가 7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국계 증권사가 전체 공매도 시장에서 차지한 거래량과 거래대금 비율도 각각 65%와 60%에 달했다. 증권사당 평균 거래량을 따져 봐도 해당 기간 국내 증권사들은 평균 1억3,700만주의 주식을 공매도로 팔았지만 외국계 증권사는 4억7,700만주나 됐다. 거래대금도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권사보다 2.7배 많은 116조원어치를 기록했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한 투자자가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싼 값에 사들여 시세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다른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 하락 후 빌린 주식을 돌려주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와 공매도를 하는 기관ㆍ외국인 투자자의 정보력 차이가 크고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대여할 수 있는 주식도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셀트리온이나 삼성전기 등은 공매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40거래일간 공매도 비중이 전체 거래대금의 18.6%를 차지했다. 삼성전기도 이 기간 전체 거래대금의 12.2%나 공매도가 발생, 주가가 14.8% 하락했다.

최근 3년간 증권사별 공매도 거래량과 거래대금. 김경진기자
최근 3년간 증권사별 공매도 거래량과 거래대금. 김경진기자

지난 4월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오류 사건으로 불법 공매도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타당하다”고 답했다.

지난 6월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이 국내 증시에서 빌리지도 않은 주식을 판 ‘무차입 공매도 미결제’ 사건까지 터지자 폐지 여론은 더욱 빗발쳤다. 골드만삭스는 주식 대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 60억원어치를 공매도했고 결제일(주문일로부터 2거래일 뒤)까지도 해당 주식을 구하지 못했다.

이후 금융위는 공매도 위반의 경우 최고 10년의 징역형과 1.5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제재를 강화하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폐지 여론은 여전하다. 더구나 이번 자료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공매도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골드만삭스 사건처럼 공매도를 이용한 주식 시장 왜곡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 의원은 “특정 테마주와 기업에 대한 왜곡된 공시,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 대량의 공매도 거래가 서로 맞물려 시장을 왜곡하고 시세를 조종하고 있다”며 “공매도는 부정적 측면이 큰 제도인 만큼 하루빨리 규제안을 마련하거나 폐지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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