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9ㆍ13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의 추가 주택 매수를 막아 과열된 집값을 잡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의 전체 주택가격(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은 1.25%나 올라, 월별 기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미분양으로 신음하는 일부 지방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 1년간 2.02% 하락하며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는 이른바 서울 ‘똘똘한 한 채’라는 쏠림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 “지방 부동산은 이제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부동산도 서울처럼 눈 여겨 볼 만한 곳이 많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다. 바로 입지전문가이자 유명 부동산 칼럼니스트인 김학렬(46)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이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빠숑’이란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갤럽에서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하며 대형 건설사 등을 상대로 매년 100여 건의 부동산 컨설팅과 국내외 부동산 리서치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왔다. 그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진행하는 부동산 관련 강의에는 늘 청중이 몰리고 현재 운영중인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구독하는 고정 팬도 8만명이 넘는다.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부동산 클라우드’는 부동산 분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소장이 지난 8월 낸 책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는 출간과 동시에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에서 종합 7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1일 만난 김 소장은 “꼭 서울 아파트만이 부동산 투자의 정답은 아니다”며 “지방에도 입지가 좋은 곳은 있고, 이런 지역은 오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지금 ‘지방 부동산’인가.
“지방에도 입지가 좋은 곳은 있고, 그런 곳은 실거주도 괜찮다. 부동산은 심리효과가 큰 탓에 많은 사람들이 자꾸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그 방향만 보게 된다. 때문에 지금은 모두 서울만 보고 있다. 그러나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는 지역 중에서도 분명히 올라갈만한 괜찮은 지역은 많다. 그럼에도 서울이 아니란 이유 하나만으로 외면 받고, 이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괜찮은 지역’이란 어떤 의미인가.
“광역시급이나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 곳을 말한다. 이런 곳은 실수요도 많고 투자 수요도 적지 않아 자체 인구수로도 돌아가는 지역이다. 이 가운데 일자리가 있고 입지가 좋은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안정적인 투자처를 만들 수 있다. 이미 서울이 ‘양적 시장’에서 입지와 거주환경을 우선시하는 ‘질적 시장’으로 바뀌었듯, 지방도 질적 시장으로 분화할 것이다.”
-예를 든다면.
“부산의 경우 비인기 지역은 평당 1,000만원에도 분양이 안되지만 해운대구나 수영구처럼 입지가 좋은 곳은 이미 평당 2,000만원을 지나 3,000만원을 넘은 곳도 있다. 대구도 달성군은 평당 500만원에도 공실이 있지만 수성구는 2,000만원을 넘은 상태다. 광주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조정을 받은 적이 없는데, 2000년대 평당 200만원이었던 아파트 가격은 지금 평균 800만원이고 교육환경과 거주환경이 좋은 남구 봉선동은 평당 2,000만원 선도 넘보고 있다. 대전 서구나 유성구도 2,000만원을 향해 가고 있다. 지방에서 아파트 가격이 평당 1,000만원을 넘기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것인데, 이 지역들의 공통점은 학군부터 교통, 상권이 좋고 미래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 1년 동안 지방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는데 위험하지 않나.
“물론 집값이 쉬지 않고 계속 오를 수는 없다. 그러나 입지가 좋은 지역은 하락세가 오래가지 않고 단기 조정이 끝나면 다시 오르게 되는 만큼 이런 조정기를 오히려 활용하자는 의미다.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의 입지가 좋은 도시들도 단기간에 많이 올라 조정기가 올 수 있다. 서울 부동산도 지난 40년간 꾸준히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3년 간격으로 오르고 조정이 됐다 다시 오르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지방도 입지가 좋아 가격이 많이 올랐던 곳은 가격이 다시 빠지겠지만 조정기가 끝나면 더 많이 오를 수 있다. ‘조정기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반면 입지가 나쁜 곳은 조정기가 끝나도 오르지 않는다.”
-지방에서 성공 투자를 위한 원칙이 있다면.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은 적어도 인플레이션만큼 상승한다. 따라서 물가보다 더 오르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다만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은 위험하고 되도록이면 일자리와 양질의 주거환경, 교통, 교육환경, 상권 등이 갖춰진 지역, 그리고 준공 10년 미만 아파트를 사야 한다. 특히 지방일수록 교육환경이 중요하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아파트는 20년이 넘었지만 좋은 학군과 학원가가 몰려있어 가격이 강세다. 세종시가 아무리 좋아도 둔산동을 못 이기는 이유다.”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수요가 수도권으로 분산될까.
“작년 8ㆍ2 대책부터 이번 9ㆍ13 대책까지 정부 대책은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에 큰 효과가 없었다. 서울 집값을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 특히 강남으로 몰려드는 수요를 분산시키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정책엔 이런 내용이 없었다. 강남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학군이나 상권이 좋은 점도 있지만, 하루 동안 정규직 150만명이 출근하고 유동인구가 500만명에 달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업을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이전해 제2의 강남을 만들거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망 투자를 확대해 강남 집중 현상을 해소하는 게 합리적이다. 정부에서 지금 3기 신도시를 만든다고 하는데,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서울 내 일자리가 몰린 곳과 교통망을 연결해줘야 한다.”
-서울의 경우 사야 할 부동산과 팔아야 할 부동산이 있다면.
“부동산은 능력껏 제일 좋은 것을 사면 된다. 강남 송파 서초 강동 등 서울 25개구 가운데 투기지역(15개구) 내 준공된 지 10년 미만 아파트는 향후 10년간 가격이 빠질 수가 없다. 다소 조정이 와도 분명히 다시 오른다. 그 외 하위 10개구에 투자할 때는 유의해야 한다. 특히 그간 ‘서울 집값은 다 오른다’는 분위기를 타고 강북의 나홀로 아파트, 심지어 20~30년된 헌 아파트까지도 재건축 이슈가 없는데 다 올랐다. 조정기가 끝난 뒤 이런 지역들은 올라갈 여지가 없다. 이런 매물은 오히려 빨리 파는 편이 낫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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