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밀어올린 가계 여윳돈... 성장 둔화로 동력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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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밀어올린 가계 여윳돈... 성장 둔화로 동력 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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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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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의 투자의 기초] <17> 수요-공급으로 본 서울 집값 여건

투자 세계의 판단 과정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론 초기에는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그러나 가격 상승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가격이 급등하면 이성이 마비돼 투자가 투기로 변질된다. 그 결과 투자의 끝은 통상 폭락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예컨대 1989년 4월부터 주식시장 여건이 악화됐는데도 증권주에 대한 상승 기대는 여전했다. 그간 증권업지수의 100배 상승이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켰기 때문인데, 막연한 상승 기대는 증권주의 폭락으로 마무리됐다.

2008년에는 유가가 세계적으로 소득 수준을 크게 상회해 석유 소비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또 당시 세계경기는 기울어졌고, 금융위기도 발생했다. 그러나 업자들은 그래도 유가는 상승한다고 했다. 2003년부터 유가의 지속적 상승에 사고가 매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는 그해말 최고치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미국 주택가격은 1990년대 후반부터, 금값도 2002년부터 투기의 환각에 빠져 속등했다. 그 결과 2007년에 이들 가격도 소득 대비 매우 높아졌다. 소득 대비 높은 가격은 유지될 수 없기에 집값과 금값은 이후 폭락했다. 아직도 금값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 집값이 지난 8월 놀라울 정도로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 적은 신규주택 공급이 집값을 계속 높일 것이란 조바심이 형성됐다. 급기야 그래프의 화살표와 같은 속도로 서울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환상도 생겼다.

은마아파트 가격과 가계 흑자 누적액의 관계 = 그래픽 신성호

그러나 향후 서울 집값은 전례를 밟을 것 같다. 즉 서울 집값은 오랫동안 안정되고, 과도하게 상승한 곳의 하락은 클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은 주로 공급과 수요, 소득, 금리에서 영향을 받는데 이들 각 요인이 향후 집값 상승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인구가 2009년 1,014만 명에서 2017년 977만 명으로 줄었다. 2020년까지 매년 4만~5만명씩 감소할 것으로 통계청은 추정한다. 서울 가구(家口)는 2001~2015년 매년 4만~6만 가구씩 증가했지만 2016년과 2017년 가구 증가는 각각 1만129가구, 1,995가구에 그쳤다. 2018~2022년 각 연도의 가구 증가는 343~4,785가구에 불과할 것 같다. 서울 주택보급률(등록센서스 기준)은 2010년 94.4%에서 96.3%로 높아졌는데, 이상의 수요 요인으로만 보면 그간의 서울 집값 급등은 설명되기 어렵다.

그러나 소득에서 창출된 가계 여유자금(수요 요인)으로 보면 서울 집값 상승이 이해된다. 그래프의 꺾은선은 2006~2016년 중 매년 가계 흑자액의 누적이다. 그 결과 2016년에는 주택 매수 여력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이 자금이 신규 주택공급 감소와 맞물려 서울 집값을 치솟게 한 것이다. 실로 2006~2016년 중 현재보다 낮은 주택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안정(은마아파트 가격은 11년간 정체)된 것은 이 기간 중 가계의 자금 조성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간 급등한 집값이 추가 상승하려면 현재보다 엄청나게 많은 가계의 여유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9~2023년 우리나라 성장률은 2.9%(2019년)~2.6%(2023년)으로 추정된다. 특히 IMF는 그간 우리의 향후 1~5년 성장률 전망을 과다 추정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러한 경험을 적용하면 2019~2020년 성장률은 2%대 초중반에 그치고 그 이후에는 2%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이 같은 추세적 성장 둔화 상황에서는 가계 흑자액이 빠르게 불어나기 어렵다. 즉 가계 여유자금으로 향후 집값 상승을 도모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더구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에 근접했다. 또 정부는 그린벨트까지 풀어 서울에서 주택공급을 늘리고자 한다.

정리하면 향후 서울 집값 여건은 공급이 증가하는 가운데 소득 증가 둔화, 금리 상승, 인구 감소, 가구 증가 급둔화 등 수요 기반의 약화로 요약된다. ‘깡통 주택’이 큰 이슈였던 2013~14년 상반기 상황이 몇 년 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 IBK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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