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과 편파판결을 규탄하는 대중집회에서 20대 남성이 여성 참가자들을 향해 비비(BB)탄 총을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이 경찰에 곧바로 연행이 되면서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집회 반대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물리적인 공격이라는 극단적 행태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소총 형태에 장착돼 발사된 비비탄은 살상용은 아니지만 눈 부위를 맞으면 치명적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6일 오후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5차 불법촬영 편파판결 규탄시위’ 도중 무대를 향해 비비탄 소총 10여 발을 쏜 A씨를 조사 중이라고 7일 밝혔다. A씨는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집회에 무슨 의도로 간 것인지, 총을 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법리검토 등 추가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폭행ㆍ협박 등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면 집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여기에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할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특수폭행 혐의도 검토 중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전 4차례 집회와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참가자 제한이 있었고, 경력 5개 중대 4000명이 시위대를 둘러싸면서 타깃이 된 집회 무대와 A씨 간에 거리가 멀어 조준사격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A씨가 경찰에 바로 제지가 안 됐다면 무대가 아니라 참가자들을 향해 직접 총을 쐈을 수도 있었다. 집회를 주최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이날 집회에 6만여명(집회 신고 1만3,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불안감은 앞선 집회에서도 제기됐다. 1차 시위가 열린 5월 19일 오후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지금 염산 챙기고 출발한다. 뉴스에서 보자’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는가 하면 이후 집회에서는 일부 남성들이 휴대폰을 이용해 시위를 생중계하거나 시위 내용을 폄하하는 피켓을 들어 시위대와 마찰을 빚었다. 집회 참가자 프리랜서 최모(26)씨는 “앞으로 열릴 집회에서 반대자들의 더 심한 도발이 있을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 여성들은 “사법부가 남성들의 성범죄에 유독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휴대폰 번호를 사전에 공개하고, ‘여성혐오 범죄 처벌을 강화하도록 법 조항을 제정하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는 ‘문자 총공’ 퍼포먼스도 펼쳤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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