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최고의 과학자는 패러데이에요. 가난을 뚫고 과학자가 되고, 기사 작위를 거절하면서 과학엔 계급이 없다고 선언하고, 자족할 줄 아는 진실된 따스한 면모가 인상적이에요. ‘양초 한 자루의 과학’이라고 패러데이의 강연록이 있는데, 정말 일품입니다.”
7일 김재훈(50) 만화가는 전자기유도법칙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를 자신이 다룬 과학자 중 최고로 꼽았다. 패러데이는 성공한 과학자임에도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 덕에 영국에서는 아이작 뉴턴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리는 과학자이기도 하다.
김 만화가는 최근 ‘과학자들’(휴머니스트) 1ㆍ2ㆍ3권을 한꺼번에 내놨다. 아리스토텔레스, 데모크리토스를 시작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 닐스 보어, 마리 퀴리 등을 거쳐 에드윈 허블 등에 이르기까지, 과학자 52명의 삶과 업적을 만화로 그려냈다. 과학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다. 지난 3년간 집중적으로 작업한 결과다. 그림 작업은 여섯 달 정도였고 2년 반 동안 자료 찾아 읽고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과학자들’은 어릴 적 꿈이던 만화가, 특히 그간 꿈꾸어왔던 ‘지식 만화’에 도전하는 첫 작품이다. 편안하고 친숙한 만화이되, 그렇다고 재미나 단편적인 일화에만 치우치지 않은 만화를 그려내고 싶었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1990년대에 몇 번 시도했죠. 그런데 그 땐 만화 잡지들이 줄줄이 폐간될 때라, 작품을 실을 곳이 없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광고, 애니메이션 작업 등을 했다. 그 시절 김 만화가가 만든 작품 중엔 그리스신화에 바탕을 둔 SBS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같은 것도 있다. 여전히 꿈을 잊지 않았던 셈이다.
자리를 어느 정도 잡은 지금이 꿈을 펼칠 때다. 원래 지식 만화가로서 준비한 첫 작품은 철학자 이진경의 저서 ‘철학과 굴뚝 청소부’의 만화화였다. 견본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그러다 과학을 만났다. 철학을 파고 들다 보니 모든 철학자는 ‘자연철학자’, 곧 과학자여서다. ‘과학자들’은 그 결과물이다. ‘과학자들’ 이후 작품은 쭉쭉 나온다. 덴마크, 독일, 부탄 등 세계 10개국의 역사와 문화를 다른 만화책은 올해 안에 출간 예정이다. ‘철학과 굴뚝 청소부’에서 시작한 철학 책도 반드시 완성할 생각이다. 다만 내용은 완전히 뒤바뀔 예정이다.
왜 하필 지식 만화일까. “제가 원래 굼떠서 최신 유행이나 트렌드 이런 거 잘 못 따라가요. 그 대신 가장 기본이 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사실 살아가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유행이 아니라 기본이잖아요.” 그래서 자신의 책도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보는 스테디셀러’이길 바란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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