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금품상납 이어 또 드러나
대한적십자사 직원 채용 과정에서 허위 봉사활동 시간을 부여해 가점을 주고 면접 점수까지 노골적으로 조작해 특정 지원자를 뽑은 채용비리가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적십자사로부터 제출 받은 징계의결서 등에 따르면, 적십자사 산하 광주전남혈액원 총무팀장(관리사 2급) 정모씨는 채용비리를 주도한 비위 적발로 올해 6월 직위 해제됐으며, 8월 징계위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6월 적십자사 광주ㆍ전남지사의 사회복지자원봉사 실적관리 인증요원인 이모씨에게 “(내가 있는 곳에) 응시하려는 간호사 L씨가 있다. 봉사활동 시간을 챙겨달라”고 요구했다. 적십자사 직원 채용시 봉사활동은 가점 사항이다. 이에 이씨는 154회에 걸쳐 1,232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허위로 입력해 L씨의 ‘스펙’을 만들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징계위에서 “L씨에게 봉사활동 참여를 독려하란 의미로 말했지 허위 입력하라고 한 의도가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이씨가 총 1,200여 봉사시간 입력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보고하자 “감사하다”고 답한 물증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L씨는 막강한 봉사활동 실적을 무기로 그 해 12월 혈액원 간호사 공개채용에 응시했지만 증빙서류를 못 내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이에 채용 주무팀장이던 정씨는 인사 담당직원 임모씨에게 “뒤늦게라도 제출 받으라”고 지시했으나 증빙서류가 서류접수 마감일 이후 발급돼 가점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L씨는 올해 2월 재응시했다.
이 때도 정씨는 면접위원으로서 L씨에게 노골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면접점수 집계결과 응시자 조모씨와 L씨가 동점”이란 보고를 받고서 자신이 L씨에게 준 점수를 뒤늦게 1점 더 올려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채용 기준대로라면, 면접에서 동점자가 나왔을 경우 서류전형 점수가 높은 조씨가 합격해야 한다. 정씨 요구로 비리에 가담한 이씨와 임씨도 각각 강등과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을 받았다.
김승희 의원은 “적십자사에선 4년 전에도 금품상납 채용 비위가 불거졌는데 또다시 채용비리가 드러났다”며 “연루자의 엄중한 처벌과 철저한 관리ㆍ감독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정씨 등을 채용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관할 경찰에 고발 조치했으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 말했다. 또 L씨 합격은 취소됐으며, 원래 합격자가 구제됐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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