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배우 동현배와 빅뱅 멤버인 가수 태양(동영배) 형제는 체형부터 이목구비까지 똑 닮은 외모를 자랑한다. 동현배에겐 '태양 형'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지만, 어차피 떼어낼 수 없는 거라면 기분 좋게 받아들이자는 주의다. 태양은 친동생이지만, 동현배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데뷔 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고 있는 동현배는 늘 캐릭터에 완벽히 스며든 연기로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넘치는 끼와 재치는 덤이다.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동현배는 드라마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 '닥치고 꽃미남밴드' '최고의 한방' '팩 투더 퓨처' 등에 출연했고, 영화 '동창생' '한공주' '비정규직 특수요원' '기억을 만나다' '데자뷰' '박화영' '돈'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엔 한일 합작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 작품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6일 오후 기자와 만난 동현배는 "레드카펫과 야외 무대인사에 참여했고, 두 번의 GV(관객과의 대화)가 부산에서 있다"며 "개막식 날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의 공연을 라이브로 듣는데 정말 좋고 신기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 앞줄에 현빈 선배님이 앉았는데 카메라에 내가 같이 잡히니까 친구들이 '배우 현빈 뒤에 앉았네'라면서 카톡을 계속 보내더라. (웃음) 얼마나 신기하냐. 나도 신기했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동현배는 아직 자신의 이름 세 글자보다는 '빅뱅 태양 형'으로 더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많은 감독과 영화인들도 동현배를 '태양 형'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말이 싫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태양은 동생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어제 보니까 노래 실력이 더 늘었더라. 대단하다"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태양은 2018 지상군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대성과 함께 무대를 선사한 바 있다. 군복무 중인 두 사람은 짧은 머리에 군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지만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보는 이들을 감탄케 했다.
동현배는 "이번에 개막식 생중계를 보시면서 엄마가 조금 우셨다고 하더라.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산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는데, 엄마도 기쁘셨던 거 같다"며 "내가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라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열심히 자신의 몫을 다하며 달려온 동현배는 드라마와 영화 등 여러 편의 작품에 출연을 확정했다. 그야말로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가장 먼저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에 출연하는데, 촬영에 들어갔어요. 지난 달에 시작했고, 네 번 촬영을 했죠. 최근에 이사를 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상태였는데, 작품에 들어가게 되어 정말 행복해요. 저보다 매니저 형이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죠."
특히 출연을 앞둔 영화들에서는 코미디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이 동현배를 기쁘게 한다. 개성을 살린 감초 연기가 아닌, 일상적인 캐릭터라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더욱 기대를 하고 있다.
코미디 연기에 특화된 배우들은 본능적으로 툭 던지는 것처럼 보이기 쉽지만, 실은 빈틈없는 연구와 연습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동현배도 마찬가지다.
"연습밖에 답이 없어요. 제가 어떤 대사를 했을 때 어색하지 않게 툭 나오는 것처럼 연습을 하죠. 캐릭터 자체가 이해가 안되면 '이 말을 왜 하지?' 하면서 고민에 빠져요. 그러면 대사를 못 치거든요. 그 지점을 찾고 나면 해결이 되죠."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레드카펫도 밟은 동현배에게 더 나아가 '상 욕심'은 없는지 물었다.
"매년 연말에 시상식을 TV로 보거든요. 요즘은 아는 친구들이 상 타고 하니까 '나도 머지 않았나' 생각도 드는 반면, 늘 꿈꾸는 자리니까 부럽단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는 대학교 때부터 나중에 상을 타게 되면 무슨 말을 할 지 연습을 했거든요. 하하.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가면 그렇게 (준비한대로) 안 나올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작품에서 감독님 말 잘 듣고 열심히 연기하면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부산=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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