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나무들은 암꽃과 수꽃이 한 그루에 피어 암수 구분이 없는 암수한그루 나무들이지만 은행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그루에 피어 암수가 구별되는 암수딴그루 나무이다. 그래서 은행나무 열매는 암나무에만 열리는데, 씨를 감싸고 있는 과육이 터져 산화되면 지방산으로 바뀌어 구린내와 같은 악취가 난다.
이처럼 은행나무는 암수 구분이 있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은행나무를 ‘수은행나무’라고 하고 열매를 맺는 나무를 ‘암은행나무’라고 하는데, 흔히 수은행나무를 ‘숫은행나무’로 표기하고 ‘수든행나무’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표기와 발음 모두 ‘수은행나무’로 해야 맞다.
마찬가지로 ‘수소’와 ‘수놈’도 ‘숫소’와 ‘숫놈’으로 표기하거나 ‘숟쏘’와 ‘순놈’으로 발음하면 안 되고 표기와 발음을 모두 ‘수소’, ‘수놈’으로 해야 한다. 이는 ‘수소’와 ‘수놈’에서 ‘수’는 ‘새끼를 배지 않는’을 뜻하는 접두사인데, 접두사와 명사가 결합할 때에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해님’에서 ‘님’은 접미사이기 때문에 ‘햇님’으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양과 염소, 쥐의 경우는 접두사 ‘수’가 아닌 ‘숫’을 붙여 ‘숫양’, ‘숫염소’, ‘숫쥐’라고 표기하고 ‘순냥’, ‘순념소’, ‘숟쮜’라고 발음한다. 이는 일종의 예외 조항으로 ‘숫양’, ‘숫염소’, ‘숫쥐’의 경우는 발음상 사이시옷과 비슷한 소리가 덧난다고 보고 ‘숫’으로 표기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수소’, ‘수놈’의 경우도 현실적으로는 ‘숟쏘’와 ‘순놈’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숫소’와 ‘숫놈’으로 표기해야 하지만 현재 표준어 규정에서는 양, 염소, 쥐에만 한정하여 ‘숫’을 붙이고 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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