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일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롯데그룹의 경영이 정상화할 전망이다. 지난 2월 13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선고로 법정 구속된 후 235일만의 석방이다. 재계에선 신 회장 집행유예로 그간 중단됐던 롯데그룹의 경영 투명화와 각종 투자 및 고용 계획이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기대했다.
롯데그룹은 판결 직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그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 나가는 한편,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날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선 집행유예 선고가 나오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롯데 관계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구속 기간 10㎏ 이상 체중이 줄어 수척해진 신 회장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신 회장의 집행유예 소식이 전해지자 모처럼 기뻐하는 분위기다. 이날 항소심에 앞서 롯데쇼핑 등 롯데 계열사 노동조합 집행부는 서울고법에 신 회장을 석방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총수 부재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다행이라고 여긴다”며 “그간 멈춰 있던 경영 현안들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우선 주주와 임직원,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준법ㆍ투명 경영을 강화하고,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앞서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뒤 롯데그룹 개혁안을 내놓고 ▦2017년부터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 및 총 40조원 투자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과거 정책본부 축소 재편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 그룹 체질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구속으로 모두 중단된 상태다.
투자도 다시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투자 규모는 2016년 10조4,00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신 회장의 구속으로 이렇다 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동남아시아의 석유화학 제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4조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유화단지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현재 부지매입 단계에서 멈춰있고,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3조원을 들여 유화 콤플렉스 단지를 조성하는 작업도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은 구속 기간 미뤄왔던 ▦베트남 제과업체 ▦베트남ㆍ인도네시아 유통업체 ▦미국ㆍ베트남 호텔 체인 ▦유럽 화학업체 등의 인수ㆍ합병(M&A)도 다시 검토한다. 올해 롯데그룹이 국내외에서 검토, 추진한 M&A만 10여건, 총 11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신 회장의 부재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중국 마트 사업 매각을 결정한 롯데는 신 회장의 석방에 따라 중국 사업 등도 재점검하게 된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상고가 남은 상태라 활동에 제약이 있겠지만 투자ㆍ고용 확대, 준법경영 강화 등 전반적인 경영활동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대기업의 사회적ㆍ경제적 역할을 다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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