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간 무역 및 군사적 갈등이 거칠어지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중국 저격수로 나섰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에 불을 지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 받아 전방위적 공세에 나선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가진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국내 정책과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여론, 2018년 선거, 그리고 2020년 대선으로 이어질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전례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중국은 다른 미국 대통령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중국은 나와 우리 행정부가 선거에서 이기길 바라지 않는다. 내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최초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와 관련 “중국이 올해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산업과 주(州)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중국의 표적이 된 미국 카운티의 80%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곳”이라며 “이들 지역 유권자가 우리 행정부에 등을 돌리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에 맞선 중국의 보복 관세가 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역을 타깃으로 삼은 것을 선거 개입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또 아이오와 주의 한 지역 신문에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을 비판하는 광고가 실린 것을 언급하며 “중국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광고 비용을 중국 국영 매체가 지불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 여론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미국 기업인이나 학계, 자국 언론 등에 압력을 가하고 있고 광고 매체에도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며 “중국은 광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군사 등 국가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의 검열 강화를 이유로 구글이 개발중인 중국용 검색 엔진 프로젝트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남중국해 문제와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 문제 등도 거론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펜스 부통령까지 ‘중국 선거 개입’ 의혹을 거듭 주장하는 데는 국내 정치적 노림수도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와의 공모 혐의에 시달려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 개입론’을 통해 러시아 스캔들을 희석시키는 동시에 중간선거 패배 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과의 갈등이 국내 이슈를 잠재우고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부당하고 근거 없는 얘기”라고 즉각 반박했다. 화춘잉(華春塋)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펜스 부통령의 연설에 대해 “중국의 국내외 정책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을 가하고 중국을 비방했다”며 “중국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다. 미국이 잘못을 시정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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