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최근 두 달간 20% 이상 상승한 가운데 이러한 유가 급등세가 신흥시장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통화 긴축을 부추길 수 있고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의 가계와 기업에는 비용 증가 요인도 되기 때문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런던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6.2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8월15일 70.76달러에서 한달 반 만에 21.9% 나 급등한 것으로, 2014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같은 기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5.01달러에서 76.41달러까지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은 다음달부터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시작될 예정이라 이란의 원유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국제 원유 시장에서 이란의 원유 공급 규모는 하루 160만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생산의 4.9%를 차지한다.
유가 상승은 국제금융 시장에는 양날의 검이다. 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 교역 규모 증대 효과가 있고 일부 원유 수출국의 경기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오르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다.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통화 긴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유 수입국인 한국 등 아시아 신흥 국가들은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찾아 올 가능성도 높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안팎을 유지한다면 금융시장에 우호적이지만 추가 급등해 90달러 선도 돌파하면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며 “신흥 시장이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통화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불안마저 현실화한다면 2중, 3중의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도 치솟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일(현지시간) 장중 한 때 3.232%까지 치솟으며 2011년 5월 이후 7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코스피는 6.97포인트(0.31%) 빠진 2,267.52를 기록, 5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닥은 15.30포인트(1.94%)나 하락한 773.70에 마감됐다.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5,319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날도 3,29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0.5원 오른 1,130.4원선에 올라섰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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