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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가즈아!" 팬들 1주일 전부터 텐트 치고 밤샘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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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가즈아!" 팬들 1주일 전부터 텐트 치고 밤샘 대기

입력
2018.10.06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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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미국 팬인 신디(21ㆍ왼쪽부터)와 켈리(24), 에일린(25), 스카펠리(25)가 RM과 제이홉 등 멤버들의 사진을 들고 4일 뉴욕 시티필드 주차장에서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디 왼쪽 옆에 있는 주황색 텐트가 이들의 텐트다. 지난달 29일부터 기다려 제일 앞 자리를 맡았다. 이들은 오는 6일 공연이 시작하면 그라운드 입석 제일 앞에 서게 된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미국 팬인 신디(21ㆍ왼쪽부터)와 켈리(24), 에일린(25), 스카펠리(25)가 RM과 제이홉 등 멤버들의 사진을 들고 4일 뉴욕 시티필드 주차장에서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디 왼쪽 옆에 있는 주황색 텐트가 이들의 텐트다. 지난달 29일부터 기다려 제일 앞 자리를 맡았다. 이들은 오는 6일 공연이 시작하면 그라운드 입석 제일 앞에 서게 된다.

4일 오후 2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스 시티 필드. 미국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뉴욕 메츠 홈구장인 이곳 인근 주차장에 100여개의 텐트가 들어섰다. 가로로 네 개씩 열을 지어 늘어서 텐트촌을 이룬 모습이었다. 광활한 초원도 아니고 미국 최대 도시에 난데없이 텐트촌이 들어선 건 6일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시티 필드 공연 그라운드 입석은 선착순으로 채워진다. 무대 쪽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팬들이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밤샘을 불사하며 텐트를 친 것이다. 월드스타를 좀 더 앞에서 보기 위한 팬들의 몸부림이다. 북미 아이돌 저스틴 비버나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장에서도 보기 드문 밤샘 대기 진풍경이었다.

지난 3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 주차장에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팬들이 친 텐트가 들어서 있다. 공연장에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기 위해 노숙도 피하지 않았다.
지난 3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 주차장에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팬들이 친 텐트가 들어서 있다. 공연장에 조금이라도 빨리 들어가기 위해 노숙도 피하지 않았다.

 직장에 휴가 내고… BTS로 대륙 대이동 

방탄소년단 미국 팬들의 공연장 입장 경쟁은 치열했다. 시티 필드엔 방탄소년단 공연 7일 전인 지난달 29일부터 팬들이 인근 도로에 텐트를 세웠다. 가장 먼저 줄을 선 팬 4명 중 3명이 비(非)아시아계 미국인이었다. 공연장 측이 지난달 27일부터 공연장 주변 캠핑 불가를 미리 알렸지만 소용없었다. 팬들이 하나둘씩 밀려온 탓이다. 공연장 측은 안전문제를 고려해 주차장을 팬들의 입장 대기 장소로 내준 것으로 보인다.

텐트촌 주변엔 공연장 안전 요원 4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미국 서쪽 끝인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남부 오스틴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팬들도 있었다. 방탄소년단 공연으로 인해 벌어진 대륙 대이동이 따로 없다.

방탄소년단은 팬 부모들의 일상도 흔들어 놓고 있었다. 50대 한국인 부부는 지난 3일 오후 음료수와 빵을 가득 담은 봉지를 딸 양손에 들려 시티 필트 텐트촌에 들여보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왔다는 이 아버지는 “딸이 걱정돼 어제 왔다”며 “다음엔 암스테르담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13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순회 공연을 한다. 방탄소년단 공연을 따라 다니는 자식을 쫓아 부모도 함께 이동하는 것이다.

직장에 1주일 휴가를 내고 시티 필드를 찾은 사람도 있었다. 지난 1일부터 기다렸다는 젠(30)은 “직장과 집에서 이미 (방탄소년단 열광적인 팬인 걸) 다 안다”며 웃었다. 집에서 걱정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었다. 외국인의 입에선 “방탄소년단 가즈아!”란 한국말까지 나왔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6일 미국 ABC 뉴스프로그램인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신곡 '아이돌'을 부르고 있다. ABC/ Lorenzo Bevilaqua 제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6일 미국 ABC 뉴스프로그램인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신곡 '아이돌'을 부르고 있다. ABC/ Lorenzo Bevilaqua 제공

 인근 숙소 잡아 돌아가며 텐트 지키기 

시티 필드에 텐트촌을 꾸린 방탄소년단 팬들은 공연 대기를 위한 캠핑에 익숙해 보였다. 일부 팬들은 캠핑용 의자에 둘러앉아 아이스박스에서 음료를 꺼내 준비해 온 음식을 함께 먹기도 했다. 서로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텐트를 지킨 뒤 나머지 인원은 인근에 잡은 숙소에서 몸을 씻거나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대부분이 모두 1번 이상 미국에서 방탄소년단 공연을 본 이들이었다.

낯선 한국어로 노래하는 방탄소년단에 언어도 다른 미국인들은 왜 열광하는 걸까. 텍사스에서 온 에일린(25)은 “전에 다른 가수에게선 보지 못했던 방탄소년단의 강렬한 춤과 세련된 뮤직비디오가 날 사로잡았다”며 웃었다. 그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기 전엔 K팝에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시티 필드에서 만난 10여명의 해외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세련된 음악과 메시지에 환호했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인 방시혁에 의해 기획됐지만, 멤버들이 직접 곡을 만드는 보기 드문 창작형 K팝 아이돌이다. 2013년 데뷔한 일곱 청년은 획일화된 교육과 학교 폭력 그리고 사춘기의 방황을 꾸준히 앨범에 녹였다. 필라델피아에서 온 키디샤(23)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엔 진정성이 있고 그게 진짜 음악”이라며 “게다가 인류애가 있으며 겸손하다”고 방탄소년단의 장점을 힘줘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너를 사랑하라는 뜻의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앨범을 2년여에 걸쳐 선보이며 지구촌 음악 애호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방탄소년단 리더 RM의 유엔 연설 얘기를 꺼내자 팬들의 입에선 “오 마이 갓” “어메이징” “뷰티풀” 같은 탄성들이 속사포처럼 터져 나왔다. 미시간에서 온 케이티(25)는 “RM의 연설을 울면서 봤다”며 “그들은 젊은 세대들에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공연할 미국 뉴욕 시티필드. 미국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뉴욕 메츠 홈구장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잠실올림픽 주경기장급 규모로 4만 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대관도 까다로워 비욘세와 폴 매카트니 등 톱스타들이 주로 공연한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공연할 미국 뉴욕 시티필드. 미국 프로야구 명문 구단인 뉴욕 메츠 홈구장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잠실올림픽 주경기장급 규모로 4만 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대관도 까다로워 비욘세와 폴 매카트니 등 톱스타들이 주로 공연한다.

지난 5, 6일과 8, 9일 로스앤젤레스 대형복합문화공간 스테이플스센터를 시작으로 미국 순회 공연에 들어간 방탄소년단은 시티 필드에서 현지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4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티 필드는 폴 매카트니, 비욘세 등 세계적 톱스타들이 섰던 특별한 공연장이다. 한국 가수가 이곳에서 단독공연을 열기는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뉴욕=글·사진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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