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러시아, 필리핀 등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강한 ‘스트롱맨’ 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베트남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74) 공산당 서기장이 서열 2위인 국가주석을 겸직, 통일 베트남 역사상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되었다.
4일 베트남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전날 만장일치로 쫑 서기장을 차기 국가주석 후보로 지명했다. 임기는 2021년까지다. 공산당 일당 체제인 베트남은 22일 국회에서 쫑 서기장을 주석으로 공식 선출할 예정이다. 쩐 다이 꽝 전 주석이 지난달 21일 별세하면서 공석인 국가주석직은 당 티 응옥 틴 부주석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당서기장과 주석직을 한 사람이 동시에 맡은 경우는 없었다. 과거 호찌민 주석이 현재 공산당의 전신인 노동당 서기장을 지낸 바 있지만 주석직은 겸직하지 않았다. 집단지도체제를 택하고 있는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국가주석이 외교ㆍ국방을 맡고, 총리(서열3위)가 행정, 국회의장(4위)이 입법권을 갖는 관행을 이어 왔다. 베트남이 정치적으로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로 꼽힌다.
쫑 서기장은 2016년 재선 제한 연령(65) 예외 규정을 인정받으며 정치적 라이벌인 응우옌 떤 중 총리의 도전에 맞서 자리를 지켰다. 이후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며 권력 기반을 다져 왔다. 이를 두고 정적 제거 목적이라는 분석과 함께, 부패가 체제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쫑 서기장이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될 경우 그가 추진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한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쫑 서기장은 쩐 다이 꽝 전 주석의 장례식에 이어 도 므어이 전 공산당 서기장 장례식 장례위원장을 맡아 6, 7일 장례를 치른다. 지난달 26, 27일 국장으로 치러진 꽝 전 주석 장례 이후 열흘 만이다. 므어이 전 서기장은 베트남 독립과 개혁ㆍ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를 이끈 인물로, 지난 1일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빈소는 하노이 국립장례식장에 마련되고 남부 호찌민시에는 통일궁에 분향소가 설치된다. 영결식은 7일 오전 베트남 국영 TV와 라디오로 생중계된다. 현지 교민 관계자는 “지난달 이낙연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꽝 주석 장례식에 참석했던 것처럼 동남아에는 직접 얼굴을 비추는 조문외교가 빛을 발한다”며 “므어이 전 서기장이 국민적 존경을 받은 인물인 만큼 이번 장례식에도 한국에서 조문단이 파견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한-베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은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중심, 교두보로 언급한 바 있다. 현지에서는 적당한 조문사절로 김영삼 정부 시절 각료 중 현재 활동 중인 인사들이 거론된다. 므어이 전 서기장이 1992년 한-베트남 수교에 큰 역할을 했으며, 이후 한국과 베트남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회담했기 때문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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