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방북을 앞두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시한과 관련해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언급을 재확인했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감 있게 일괄 타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의 기대치를 낮추면서 단계적 과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종전선언에는 말을 아낀 반면 대북 제재 유지를 재차 강조했다. 미 재무부도 4일 오전 추가 대북관련 제재를 단행, 비핵화 이전 제재 완화를 원하는 북한의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지난 8월 방북 추진 당시 “큰 도약 희망”보다는 톤 다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지난달 26일 발언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 말이 정확히 옳다. 이것은 장기적인 문제다”며 “우리는 빨리 하고 싶지만 시간 게임을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달성’이란 로드맵은 이번 방북의 핵심 의제가 아니라는 의미로 보인다. 그는 특히 이번 방북에 대해 “두 정상 간의 2차 회담뿐 아니라 비핵화를 향한 길을 설계해 나가는 노력을 이어가는 데 있어 보다 나은 이해와 심화된 진전, 그리고 발전된 계획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는 데 낙관적이다”면서 “이번 주 내가 할 노력은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향해 이행하라고 한 것(비핵화)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일보 전진(one more step)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보 전진’으로 표현한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은 방북의 기대치 자체를 조심스럽게 낮춘 것이다. 결국 무산되긴 했으나 지난 8월 4차 방북을 추진할 당시엔 폼페이오 장관이 “큰 도약(big step)을 만들어내길 희망한다”고 밝힌 것에 비하면 기대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WP, “볼턴은 회의적이지만, 트럼프는 종전선언에 열려 있어”
이는 이번 방북 협상의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핵심 쟁점인 종전선언을 수용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북한이 이를 넘어 제재 완화까지 거듭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종전선언에 대해선 미국이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왔고 워싱턴포스트(WP)도 비슷한 보도를 내보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정부 내 매파들은 여전히 회의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 서명에 열려 있다’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런 기류로 북한이 조건부로 제시한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 카드와 종전선언간 빅딜 관측이 무르익었으나 북한이 최근 제재 완화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면서 장외 신경전이 커져 왔다.
◇미, 종전선언에 열려 있지만 북한 제재 완화 요구 변수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도 “우리에게 비핵화를 가져다 줄 역량을 부여할 핵심 명제(제재 유지)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재가 불신을 초래하는 비핵화의 장애물이라는 북한 주장과 정반대로 북한 비핵화의 핵심 동력이 제재라는 관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도 다음날 북한과의 사치품 및 무기거래와 관련 있는 터키 기업 한 곳과 터키인 2명, 북한인 1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대상은 터키기업 시아팰컨 인터내셔널과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후세인 샤힌, 총지배인인 에르한 출하 그리고 주몽골 북한대사관 경제상무참사관 리성은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보도자료에서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에 깊이 전념하고 있으며 그 시점까지 제재 이행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추가 제재는 북한이 미국 요구에 응할 때까지 압박을 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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