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 판결이 엇갈렸던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해고무효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4일 노동자 손을 들어줌에 따라 복직이 확정됐다. 대법관들이 진보 성향 법조인으로 대폭 물갈이되면서 노동자 권익을 중시한 전향적인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일 2차 해고를 당했던 이정훈 전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 지회장 등 11명이 유성기업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노조 쟁의행위가 정당한 이상 회사가 이 기간에 해고를 한 것은 단체협약상 쟁의기간 중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원들이 다시 쟁의행위를 개시한 것은 임금협상을 위한 것이었고 절차적 요건도 적법하게 갖춰 쟁의행위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다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쟁의 행위를 했다. 이에 회사는 직장 폐쇄 등으로 대응하고 같은 해 10월 이 전 지회장 등 27명을 해고했다. 이 무렵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전문컨설팅 업체인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해고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내 2012년 11월 1심에서 승소했고, 회사는 항소심 진행 중이던 2013년 5월 27명 전원을 복직시켰다. 하지만 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시작된 쟁의가 장기화되자 회사는 2013년 10월 쟁의행위 등을 이유로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복직자 중 11명을 재해고(2차 해고)했다.
2015년 열린 1심은 “유성기업 노조의 쟁의행위는 1년 이상 계속돼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이듬해 2심 재판부는 회사의 징계재량권 남용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창조컨설팅 대표 심 모씨와 전무 김 모 씨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년 2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다. 류시영 유성기업 회장도 창조컨설팅 조언을 받아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법정 구속돼 지난 4월 만기 출소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1년 사이 대법관 구성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심인 박정화 대법관은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해고 노동자에 대해 복직 판결을 내리는 등 노동 분야에서 일관되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을 해왔고, 같은 대법원 1부에 속한 김선수 대법관은 30년 간 노동 관련 변론에 매진해 온 대표적인 ‘친노동’ 법조인으로 꼽힌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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