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을 지휘한 선동열(55) 전임 감독이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어떤 청탁도, 불법 행위도 전혀 없었다. 근거 없는 비방과 억측을 자제해 달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선 감독은 4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많은 루머를 만든 것 같다”면서 “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다. 코칭스태프와 치열한 토론을 했고, 기록과 체력 등 여러 부분을 살폈다.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인 내가 최종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병역 특례로 가장 논란이 된 오지환(LG)의 선발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설명했다. 그는 “코칭스태프가 먼저 베스트 멤버를 뽑자고 해서 1루수 박병호(넥센), 2루수 안치홍(KIA), 유격수 김하성(넥센), 3루수 최정(SK)을 넣었다”며 “백업으로 1루에는 외야도 가능한 김현수(LG)가, 2루는 박민우(NC)와 최주환(두산), 유격수는 오지환, 3루는 허경민(두산)이 후보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허경민이 (2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선수로 가장 좋았는데, 선발 당시 허리 쪽이 좋지 않았고 트레이너 파트에서 올해 더운 날씨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얘기했다”면서 “실력과 함께 체력도 신경 써야 했고, 오지환은 유격수 중 두 번째로 성적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오지환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대표팀 선발 회의록 가운데 오지환 선발 이유에 대한 부분을 일부 공개했다. 회의록엔 ▦유격수 기록면에서 김하성에 이은 2위 ▦사례를 살펴보면 유격수는 내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형이 아닌 전문 유격수를 백업으로 활용했던 때가 좋은 성과를 얻었던 것으로 검토됨에 따라 선발해 백업으로 활용이라는 코칭스태프의 코멘트가 담겼다.
선 감독은 “오지환을 성적만 보고 택했다”면서 “실수했던 점은 국민 여론,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둔감했다. 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아시안게임 대회를 마친 뒤 한 달간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경기가 끝나자마자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고 생각할 시간도 필요했다”며 “조금 더 빨리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오는 1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그는 “국민의 한 사람,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국가대표 감독이 국정감사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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