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인천 남동산업단지 세일전자 화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세일전자 측이 평소 누수 등을 이유로 건물 경비원에게 화재경보기를 끄도록 지시한 사실을 파악하고 회사 대표 등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ㆍ상 혐의를 적용했다.
인천경찰청 화재사건 수사본부는 업무상 과실치사ㆍ상 및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세일전자 대표 A(60)씨와 소방시설관리업체 대표 B(49)씨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같은 혐의로 세일전자 건물 경비원 C(57)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화재 현장인 세일전자 건물 4층 외부업체 대표 사무실 천장 위쪽 공간에 누수와 결로가 있었으나 방치하고 소방시설 관리를 소홀히 해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세일전자 측은 사이렌과 안내방송이 나오는 화재경보기가 누수와 결로로 자주 오작동하자 경보기가 작동하면 끄도록 경비원 C씨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앞서 경찰에서 “화재경보기가 평소에 잦은 오류를 일으켜 세일전자 관계자로부터 끄도록 지시를 받았다”라며 “화재 당시에도 오작동된 것으로 생각해 (경보기) 수신기를 끈 뒤에 화재가 났는지 여부를 살폈다”고 진술했다.
누수와 결로 현상으로 화재 직후 정전이 돼 건물 안에 있던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대피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B씨 등 소방시설관리업체 대표와 직원들은 화재 발생 2개월 전 세일전자 건물 소방시설 점검을 부실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19일 화재가 발생한 세일전자 건물 4층 소방설비가 ‘정상’이라는 점검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화재 당시 건물 4층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통상 6시간 정도 걸리는 소방점검을 1시간 16분 만에 끝내는 등 부실하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업체는 세일전자와 연간 240만원에 소방점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소방점검을 부실하게 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토대로 화재 현장 천장 위쪽 공간에서 전선이나 케이블 누전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화재로 건물 단열재 우레탄폼과 샌드위치 패널이 타면서 다량의 유독가스가 생성되고 스프링클러와 경보기 등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21일 오후 3시 43분쯤 인천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본사 건물 4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무자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가운데 5명은 세일전자 직원이고, 4명은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불로 2억2,000만원의 재산 피해도 났다.
경찰 관계자는 “세일전자가 전기안전관리자 없이 일정기간 회사를 운영하고 건물 옥상 2곳을 무단 증축하거나 4층 방화문을 훼손한 뒤 유리문을 불법 설치한 사실도 드러나 건축법 위반 혐의 등도 적용했다”라며 “화재와 직접 연관은 없으나 황산 등 유독 화학물질을 지정장소에 보관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 환경부에서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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