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이 다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당초 2020년 도입을 목표로 했던 정부 계획을 앞당겨 내년부터 조기 시행을 공언했지만 재원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높아 실제 시행이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유 부총리는 2일 취임사를 통해 “고교 무상교육을 내년으로 앞당겨 실현해 전국 130만명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고교 무상교육을 도입함으로써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 조기 시행과 관련한 사전 교감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가 고교 무상교육을 서두르는 것은 대입정책 등 논란이 첨예한 여타 교육정책과 달리 반발 여론이 적은 영향이 크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학부모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 무상교육 정책 여론조사를 보면 무려 86.6%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또 우리나라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이 고교과정까지 국가 책임을 보장하는 등 정부는 여건은 충분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이 안착하려면 법적 근거 및 예산 확보,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교육부는 우선 초ㆍ중등교육법을 개정해 무상교육 대상에 고교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지원항목은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 의무교육인 초ㆍ중학교 무상지원 범위와 같다. 성공 여부는 역시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재원을 어디서,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고교 무상교육 시행이 흐지부지된 것도 재원 마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가되는 관련 예산을 연간 1조9,000억원으로 보고 중앙정부가 각 시ㆍ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려 충족하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내국세의 20.27%로 고정된 교부율을 21.14%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으로 지방재정교부금법이 개정되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유 부총리의 생각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가 교부율 인상에 극구 반대하고 있다. 기재부는 지난 정부부터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다른 복지수요는 증가 추세에 있는 점에 비춰 교부율 인상은 불가하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유 부총리 임명 강행을 “정권의 오만”으로 규정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강경 기류를 감안할 때 무상교육 법제화나 교부율 인상 법안 개정을 위한 정치적 협조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설령 이들을 설득시킨다 해도 불과 3개월 안에 내년까지 예정됐던 다양한 쟁점 논의를 끝내고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지도 자신하기 어렵다. 최준렬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 무상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만큼 조급증을 내기보다 재원 확보 등 확실한 대안을 갖춰야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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