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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쇼크에…대학생들 “눈높이 낮춰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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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쇼크에…대학생들 “눈높이 낮춰 취업”

입력
2018.10.03 17:08
수정
2018.10.04 00:0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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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박모(23ㆍ여)씨는 “취업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마다 더 이상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그의 토익(TOEIC) 점수는 950점(990점 만점), 토익 스피킹 점수는 최고 수준인 8등급이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도 가장 높은 1급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기업의 인턴사원 선발 서류전형에서 벌써 4차례나 떨어졌다. 박씨는 “하루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매일이 초조하다”며 “대내외 활동이나 기업 실무 경험이 부족해 대기업 취업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년 째 계속되는 취업난에 경기 하강 우려까지 커지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눈높이’를 크게 낮추고 있다.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한 ‘하향’ 취업이 더 나은 일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곳은 공기업(25.0%)이었다. 대기업(18.7%), 중견기업(14.2%), 정부기관(13.0%), 외국계 회사(7.7%)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실제로 취업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을 묻는 질문엔 중소기업(17.9%)과 중견기업(16.9%)이 공기업(18.6%)에 이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한경연의 이번 조사는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3,29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기업과 취업 예상기업. 그래픽 김경진기자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기업과 취업 예상기업. 그래픽 김경진기자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300인 이상 대기업이 채용하는 연간 신규 일자리는 전체 공급 일자리의 10%도 안 된다”며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 수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점차 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하향 취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올해 평균 희망연봉(3,371만원)이 지난해(3,415만원)보다 44만원 낮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에 있는 사립대 의류학과에 다니는 김모(26ㆍ여)씨도 “대학 내내 열심히 스펙 쌓고 대외 활동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채용에서도 번번이 미끄러지고 있다”며 “나중에 이직할 목적으로 중소기업이라도 들어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김씨는 토익 점수가 920점이고, 미국 뉴욕에 있는 패션 회사에서 인턴 경험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눈높이를 낮춘 취업이 결국 ‘족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09년 하향 취업한 대졸ㆍ전문대졸 구직자와 학력에 맞춰 일자리를 구한 구직자 총 279명의 임금이 2016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조사해 올해 3월 ‘고학력 청년 신규취업자의 하향 취업’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학력에 맞춰 취업한 적정 취업자의 2016년 월 평균 급여는 314만8,000원이었다. 반면 하향 취업했다가 적정 수준의 일자리로 이직한 이들의 급여는 247만9,000원으로, 66만9,000원 낮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하향 취업이 불러온 ‘저임금의 늪’은 ‘눈높이를 낮춰 취업하느니 취업 재수나 공무원 준비가 낫다’는 생각을 갖게 해 청년실업률을 높이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 등을 통해 중소ㆍ중견기업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 취업자의 직무 능력을 키워주는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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