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가 4만원 백신 1만5,000원에 사들여 투약
국립중앙의료원 직원들이 독감 백신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동 구매한 뒤 지인 등에게 재판매하거나 불법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인의 의약품 거래와 투약은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사항이어서, 공공의료를 선도해야 할 중앙의료원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국립중앙의료원 내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원 소속 직원 A씨는 4가 독감백신(SK케미칼 스카이셀플루 4가) 550개를 개당 1만5,000원에 공동구매한 뒤 직원 103명에 배부했다. 이 백신을 일반 병ㆍ의원에서 접종하려면 3만~4만원을 내야 한다. 독감백신 구매자 103명 중 23명은 백신을 외부로 가지고 나가 주변 사람들에 주사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내부 감사 결과 직원들이 ▦독감백신 불법 거래 및 유통(약사법 44조, 47조 위반) ▦불법 투약(약사법 23조, 의료법 18조) ▦무면허 의료행위(의료법 27조) ▦의료기관 외에서의 의료행위(의료법 33조) 등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공동구매를 주도한 A씨가 직원들로부터 사례금을 수수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감사 이후 의료원 측은 불법구매를 주도한 직원 A씨와 불법 투약한 직원 23명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약품 반납자 79명은 주의ㆍ경고 등 처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공동구매된 독감백신 550개 중 424개만 회수했고, 126개는 접종이 완료돼 회수하지 못했다. 외부인에 불법으로 판매한 경우 등은 진술의 진위 확인을 위해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국립중앙의료원 직원들의 약품 관리 문제가 거듭 드러나면서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 추진과정에서 교육병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올해 초 진행된 감사에서는 응급실 간호사 B씨가 마약류를 개인적으로 소지해 적발된 바 있다. 김순례 의원은 “도덕적 해이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 국립중앙의료원이 국가의 공공의료 정책을 주도할 자격과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 직원 처벌은 물론 국민 신뢰를 회복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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