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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모바일여행사 공세에… ‘가격파괴’ 탑항공 끝내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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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모바일여행사 공세에… ‘가격파괴’ 탑항공 끝내 몰락

입력
2018.10.02 18:44
수정
2018.10.02 23:3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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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폐업한 탑항공 홈페이지에 폐업을 알리는 사과문이 올라와 있다.
1일 폐업한 탑항공 홈페이지에 폐업을 알리는 사과문이 올라와 있다.

1982년 설립돼 국내 항공권 시장을 선도했던 여행사 탑항공(대표 유봉국)이 지난 1일 폐업했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여행 상품 구매 행태 변화와 글로벌 여행사의 공세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탑항공은 사업자 등록이 돼 있는 서울 종로구청에 1일 폐업 신고를 했다. 탑항공은 폐업에 따라 미환불 등 피해를 입은 고객의 피해 구제 방식과 사과를 담은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1980년대 초반 항공권 판매 시장을 개척했던 탑항공은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 바람을 타고 전성기를 맞았다. 공동구매 등을 통한 ‘항공권 가격 파괴’를 내세워 기존 항공권 시장을 뒤흔들었다. 탑항공의 박리다매 전략은 싸고 다양한 항공권을 직접 사고 싶어하던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탑항공은 2000년대 초반까지 항공권 판매 순위 5위권을 유지하는 등 호황을 누렸다.

내리막길은 2009년 말부터 시작됐다. 항공사가 항공권 판매대행업체에 제공하는 커미션을 없애면서부터다. 통상 판매금액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커미션 수익이 사라지면서 항공권 판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탑항공은 직격탄을 맞았다. 패키지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종합여행사는 손실을 상쇄할 여지가 있었지만, 탑항공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저작권 한국일보] 8월 여행 앱 사용자 수-박구원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8월 여행 앱 사용자 수-박구원기자

모바일을 위주로 한 시장 재편과 글로벌 여행사들의 최근 공세는 탑항공 폐업에 결정타가 됐다. 1일 인터넷 통계분석업체 닐슨코리안클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스마트폰 이용자의 해외 여행 관련 앱 이용 1위(77만명)는 스카이스캐너였다. 영국에서 개발된 스카이스캐너는 최저가 항공권 검색과 구매에 주로 쓰인다. 지난해 탑항공의 항공권 판매 순위는 18위였다.

탑항공의 몰락은 국내 여행업계가 직면한 위기도 잘 보여준다. 스카이스캐너 외에도 글로벌 여행사 익스피디아, 아고다, 트립닷컴 등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며 여행사들의 위기의식은 커지고 있다. 이들 여행사들은 국가별 상세 이용 정보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정확한 시장점유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해 대응이 쉽지 않다. 전연철 한국여행업협회(KATA) 과장은 “국내 업체는 항공권과 숙박, 여행 상품에 이르기까지 모바일 앱으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여행사와 가격 경쟁력과 편리성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여행사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국내 여행업계는 역차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글로벌 여행사와 달리 국내 여행사는 ‘취소 불가’를 조건으로 할인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글로벌 여행사 앱에서 당초 검색한 가격과 실제 결제 금액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여행업계에서는 제2, 제3의 탑항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1위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의 정기윤 이사는 “특화된 상품과 시장을 개발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더 힘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200여 업체가 가입한 한국여행업협회 회원사 중 올해에만 탑항공을 포함해 6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이 중 이온누리여행사, 더좋은여행 등 5개 업체가 업계에서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회사였다. 2017년과 2016년 폐업한 여행사는 각각 5곳과 6곳이었다.

탑항공의 폐업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는 한국여행업협회의 여행불편 처리센터(1588-8692)에 피해 사실을 접수해야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탑항공은 10억원짜리 여행보증보험에 가입돼 있다. 전체 피해액이 10억원 안쪽이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이면 10억원을 피해자들끼리 나눠 받아야 한다. 폐업에 따른 정확한 피해 규모는 접수가 끝나는 두 달 후에나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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