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가산금리(기준금리에 신용도 등의 개인 조건에 따라 덧붙이는 금리)를 멋대로 올려 이자수익을 더 챙긴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달 중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모범규준‘을 대폭 손질하고 은행의 고무줄식 가산금리 체계를 바로잡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당국이 이미 지난해 4월 모범규준을 한 차례 강화한 후에도 대출금리 조작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식의 조치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선안이 이달 중순 발표된다. 이는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점검에서 부당한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매긴 사실이 드러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조사에서 경남은행은 최근 5년간 대출금리를 매길 때 가계대출 1만2,000건에 대해 고객의 소득을 실제보다 적게 입력하는 방식으로 가산금리를 높게 산정했다 적발됐다. 경남은행은 이를 통해 25억원의 이자를 더 챙겼다. 한국씨티은행도 담보를 제공한 고객도 전산엔 담보가 없다고 처리해 대출금리를 높게 매겼다. 하나은행은 전산 시스템상 산정되는 금리를 입력하는 대신 최고금리(13%)를 적용했다. 세 은행은 적발 후 더 걷은 이자를 고객에게 환급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방식이 주머구구식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이달 중 개선 최종안을 발표할 텐데 새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완전히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번 모범규준 개정안을 통해 앞으로는 은행이 실수로라도 소득이나 담보물을 누락하는 일이 없도록 내부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고객이 승진 등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요구할 경우 은행이 임의로 그간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없애 사실상 금리 인하 효과가 사라지게 하는 일도 없도록 할 방침이다. 대출금리 산정내역서도 제공된다. 고객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가 어떻게 더해져 최종 대출금리가 산정됐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 동안 은행들은 영업 기밀을 이유로 고객에게 대출금리 산정 과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경남은행 사례처럼 소득 누락으로 대출금리가 높게 매겨져도 고객으로선 이를 알아챌 방법이 없었다. 경남은행이 5년간 전체 가계대출의 6%에 해당하는 대출 건에 대해 금리를 더 높게 매길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부당한 금리 산정 관행이 완전히 걷힐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금융당국은 2012년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체계에 허점이 많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처음으로 은행권 공동의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만들고, 지난해 4월 한 차례 개정까지 했지만 이후에도 은행의 부당한 대출금리 산정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모범규준이 은행 자율 수칙이라 해도 내규에 반영되는 순간부턴 강제성을 띠는 만큼 이번에 개정된 내용은 상당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회도 대출금리를 조작한 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은행법 개정안을 5건이나 내놨다. 정부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제재 수위를 정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와 별개로 경남은행 대출금리 조작 건에 대해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제재가 불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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