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지난달에도 주택담보대출이 2조6,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예정이 돼 있었던 대출에 대한 집행과 대책 발표 직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빚을 내 집을 사느라 가계 여유자금은 3분기 만에 최소치로 쪼그라들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NH농협 은행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94조9,071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6,277억원 증가했다. 8월 증가폭(2조8,770억원) 보다는 줄었지만, 1∼8월 전월 대비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분 평균치(1조8,103억원)는 훨씬 상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23조3,171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중에서도 중도금ㆍ이주비 등 개인집단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 집단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5,327억원 늘어난 124조8,723억원이었다. 전월 대비 증가액은 지난해 7월(1조5,530억원)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달 유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용 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했음에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 여름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폭등세 양상이 벌어지면서 추격 매수가 많았고 당시 매매계약에 따른 대출이 지난달에도 집행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8ㆍ2 대책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대책 발표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이 갑자기 끊길 것을 우려해 서둘러 대출을 받은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9월에 집행된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2∼3개월 전에 계약이 체결된 건”이라며 “약정된 집단대출이 예정대로 집행되고, 대책 이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많아 잔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 사는 데 목돈을 쓰면서 가계 여유자금은 급감했다. 한국은행의 ‘2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은 11조원으로, 전년 3분기(9조7,000억원) 이후 최소치로 내려 앉았다. 순자금 운용은 경제주체가 예금, 채권, 보험ㆍ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 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 조달)을 뺀 금액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 규모 축소는 가계가 신규 주택을 사들이기 위해 여윳돈을 쓰고 대출을 늘린 결과다. 실제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 조달은 1분기 22조8,000억원에서 2분기 27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었지만, 자금 운용 규모는 금융기관 예치금 등이 줄며 39조6,000억원에서 38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