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이 조작된 가짜 독립운동가가 1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에는 3대에 걸쳐 5명이 독립운동가로 행세하다가 서훈이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독립운동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가로채 훈장을 받고 그 후손들은 유족 연금과 취업 가산점 등 수많은 혜택을 받아왔던 것이다. 당장 가짜 독립운동가를 가려내는 조사에 착수해 당사자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최근의 가짜 독립운동가는 김진성 선생의 아들 김세걸(71)씨가 20여년 만에 밝혀냈다. 김진성 선생은 항일단체 국민부의 참사로 활동하고, 일본의 밀정을 처단했던 독립운동가다. 김씨는 중국 심양에서 군의관 생활을 하던 중 노래방 반주 화면에 등장한 현충원 묘역 영상에서 부친의 이름을 새긴 묘비를 발견했다. 국가보훈처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더니 ‘동명이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보훈처의 답변이 석연치 않아 1992년 한중수교 이듬해 직접 한국을 방문해 묘지를 확인했다. 묘비 뒷면에 새겨진 공적은 비슷했으나 출생년도(1913년)와 사망년도(1950년)가 달랐다. 부친은 1914년 생으로 1961년 중국에서 병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진짜 독립운동가 김진성’이라는 증거를 수 차례 보훈처에 보냈다. 보훈처는 1998년 가짜 김진성의 묘를 파묘하고, 그 자리에 진짜 김진성 선생의 유해를 안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현충원 묘역 관리자에게 결정적인 제보를 들었다. “‘이 묘에 제사 드리러 오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여기서 지내고 저 위에도 가서 또 제사를 지내더라’고 했다. 김정수의 묘였다. 가짜 김진성 묘비 뒤에 조카로 된 이름이 김정수의 묘비에는 아들로 올라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형이 없는데 형과 조카까지 등장한 것이다.
김씨는 다시 조사를 시작해 김정수의 묘비 뒤에 적힌 것과 동일한 공적이 있는 사람이 김정범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 보훈처에 알렸으나 김정수가 독립운동 당시 김정범이라는 가명을 썼다는 유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독립유공자 선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증거를 수집해 김정수(1909~1980)를 비롯해 그의 아버지 김관보(1882~1924), 큰아버지 김병식(1880~미상), 할아버지 김낙용(1860~1919)까지 모두 거짓 독립운동가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모두 유관순 열사와 동등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보통 범죄가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이들에 대한 서훈은 올해 광복절에 취소됐으나 보훈처의 소극적 대응으로 부정하게 연금을 수령한 유족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면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정운현 상지대 초빙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가 있는 게 어림잡아 100명 정도”라면서 “해방 직후 (독립유공자) 심사위원 중에 친일 경력자들이 있다든지, 돈이 오가고 그 과정에서 대상자가 바뀌는 등 비리가 제법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법당국의 도움을 받더라도 보훈처에서 의지를 갖고 당사자들을 찾아내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