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이 재개된 1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북한이 핵을 지니고 궁핍과 고립을 견디는 과거로 돌아가기는 이미 어렵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동조해 평양공동선언의 성과를 부각하며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주장한 반면, 야권은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실패한 대북외교’로 혹평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총리는 이날 외교ㆍ통일ㆍ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북핵 폐기에는 단 한걸음도 못 들어갔다”는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의 지적에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고 영변 핵시설을 영구히 폐기하기로 했는데 이것은 큰 진전”이라며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지난 25년 동안 북한과 핵 협상을 했지만 그런 조치마저 처음 나왔다”며 “시작의 의미로 차근차근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평양공동선언의 성과에 대해 “하나는 비핵화 시작의 구체적 일정을 최초로 명문화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회담을 재개시켰다”면서 “또 하나는 남북 긴장 완화의 큰 줄기를 이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핵폐기 없이 종전선언을 하면 우리 안보를 무엇으로 담보하느냐”고 묻자 “북한의 도발이 있다면 그 전의 합의는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이라며 “북미 간 협상에 대해 두 정상이 큰 신뢰와 기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총리의 입장을 지지하며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도 합의했고,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며 “미비점을 보완하고 뒷받침하려는 노력이 국회에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국가 간 조약이 비준 대상인데 헌법에 의하면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며 “구체성도 결여됐고 국가 간 조약도 아닌 만큼 비준 요구는 무리”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안 의원 역시 “북미 협상 타결이 안 되면 결국 유엔의 대북 제재가 유지되고 판문점선언 협의 사항이 무용지물이 될 텐데 국회에 비준해 달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당 의원들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군사분야 합의를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라고도 규정했다. 이에 이 총리는 “NLL을 무력화했다면 서해 5도 주민들이 가만히 계시겠나”라며 “NLL은 확고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근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을 놓고도 설전이 오갔다. 유 의원은 “(심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중 원래 예산에서 쓰지 못하는 유흥주점 비용이 3,132만원에 달하는데 국민 정서상 용납이 되겠느냐”며 “심 의원 사건은 검사에게 배당되자마자 하루 만에 압수수색을 했는데 토지개발 정보유출 의혹으로 고발된 민주당 의원의 경우 한 달 정도 지나서야 압수수색을 했다. 균형이 맞다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총리는 이에 “심 의원이 공개한 음식점을 전부 찾아 다녀 확인한 기사를 보니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읽었다”며 압수수색에 대해선 “검찰의 판단에 청와대도 총리실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직안이 총 투표 수 153표 중 찬성 135표, 반대 13표, 기권 5표로 가결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오 의원은 서울대 총장 선거 출마를 위해 지난달 21일 국회의원 사직서를 제출했다. 오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의원직은 국민의당 시절 비례대표 14번을 받았던 임재훈(51)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승계하게 된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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