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눈치 보기인가, 장병 사기 충전을 위한 발상의 전환인가.’
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 행사에서는 전례 없이 볼거리가 넘쳐나며 축제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북한 눈치 보느라 열병식도 못한 국군의날이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날 행사는 통상 국군의날 행사가 열려왔던 충남 계룡대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이 아니라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에 이어 이번에도 의외의 장소를 택한 것이다. 시간대 역시 늘 진행되던 낮 시간이 아니라 오후 6시 20분에 시작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진 오전에 (행사를) 했는데 국민들의 관심이 적어서 (생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저녁 시간대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예비역 단체 등 군 관련 인사와 일반 시민 3,700여명이 참석했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단상에 들어서자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T-50B 8대로 구성된 공군 블랙이글스 팀이 굉음과 함께 전쟁기념관 상공을 가로질렀다. 열병식은 없었지만 이날 행사에는 드론봇과 워리어플랫폼, 무인수상정 등 첨단 무기들이 소개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축하공연에는 월드 스타 싸이가 나와 ‘챔피언’과 ‘강남스타일’ 등을 열창해 행사 대미를 장식했다. 국군의날 행사에 연예인 공연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열병식에 따른 장병들의 피로가 적지 않다”며 “이번 국군의날은 장병들이 위로 받고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열병식 없이 거행된 국군의날 행사를 바라보는 보수 진영의 시선은 싸늘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우리 군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아무리 북한 눈치를 살피고 비위를 맞추려 해도 정도껏 하라”고 작심 비판했다. 60주년, 65주년 등 정주년에 항상 열려왔던 열병식을 남북 대화 정국이라고 열지 않은 것은 지나치다는 뜻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반응도 엇갈렸다. 자신을 6ㆍ25전쟁 전사자의 딸이라고 밝힌 음영희(68)씨는 “어느 국군의날 행사보다 흥겹고 재미있었다”고 칭찬한 반면, 예비역 군인인 최모(69)씨는 “국군의날 주인공이 국군인지 연예인인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열병식이 열리지 않은 게 최근 남북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그러면서도 국군의날 행사가 지나치게 가벼워졌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당초 예정했던 걸그룹 섭외를 막판에 중단하며 행사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동취재단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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