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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스승과 제자, 40년 나이 차 뛰어넘는 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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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스승과 제자, 40년 나이 차 뛰어넘는 화음

입력
2018.10.01 18:39
수정
2018.10.01 18:5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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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계 거목 김성길 교수ㆍ차세대 이응광, 20일 한무대에

한국 성악계를 이끌어 온 바리톤 김성길(왼쪽)과 그의 제자이기도 한 차세대 바리톤 이응광이 한 무대에서 가곡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한국 성악계를 이끌어 온 바리톤 김성길(왼쪽)과 그의 제자이기도 한 차세대 바리톤 이응광이 한 무대에서 가곡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교수로 후학을 가르친 활동 등을 포함해 음악 인생이 60년을 넘었네요. 닷새 뒤면 78세 생일이에요. 치매도 예방할 겸 24시간 동안 음악을 걱정하고 가사를 외우고 있어요(웃음). 가사를 읽고 느낄수록 음악성이 더 느껴져요. 매일 연습하고 있어요.”(바리톤 김성길)

“고등학교 3학년 때, 김성길 선생님의 한국 가곡 앨범 속 ‘봄이 오면’을 들으며 ‘이런 소리를 갖고 싶다, 이런 발성을 하고 싶다, 이런 바리톤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입시를 준비했어요. 이번 콘서트가 제게는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고 떨리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바리톤 이응광)

소리에 대한 길을 일러줬던 스승과 한 무대에 서는 일과, 일흔 일곱의 나이에 청중들과 가곡의 아름다움을 나누기 위해 노래하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설레는 일일까. 사제지간이기도 한 바리톤 김성길(77)과 이응광(37)이 40년의 세월을 뛰어 넘는 화음을 선보인다. 이달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리사이틀을 앞두고 1일 서울 통의동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영광스럽고 설레는 경험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김성길은 한국 성악계의 거목이다. 서울대와 줄리어드 음대에서 공부한 뒤 1970년대 각종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한국 성악을 세계에 알렸고 귀국한 뒤에는 국립오페라단 단원과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며 성악계 초석을 다졌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아꼈던 제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응광은 스위스 바젤 오페라 하우스에 아시아인 최초로 주역 가수로 입단하며 이름을 알린 차세대 바리톤이다. 서울대와 독일 한스 아이슬러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알렉산더 지라르디 국제 콩쿠르(2006), 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 콩쿠르(2008) 등에서 잇달아 우승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깊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이응광은 “학부를 마친 뒤 대학원 때 선생님께서 저를 제자로 받아주셔서 정말 기뻤다”며 “선생님의 추천서로 프랑스 니스 발 크로제 음악캠프에 참가할 수 있었고, 그 후 바로 독일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인생에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길은 이후에도 니스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 때마다 이응광을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내왔다.

이번 공연에서 두 사람은 한국과 영미 가곡을 섞어 부른다. 1부는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김성길) 학구적인 곡들을 선곡했다. 이응광은 영국 대표 작곡가인 본 윌리엄스와 브리튼의 곡을 노래한다. 김성길은 미국 작곡가 코플랜드의 대표 성악 작품집인 ‘올드 아메리칸 송스’에서 발췌한 곡을 선보인다. 김성길은 지난 40여년 간 한국 가곡과 영국ㆍ미국 가곡의 해석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을 받아 왔다. ‘대관령’, ‘신고산 타령’ 등은 그가 처음 부른 뒤 현재까지도 불리는 가곡이다. 2부는 두 곡을 비롯해 ‘그리움의 아리랑’ ‘사공의 노래’ 등 한국 가곡으로 채운다.

체력은 분명 예전 같지 않겠지만, 생의 깊이가 더해진 김성길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김성길은 “외국에서는 저와 비슷한 나이의 음악가들도 연주를 많이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 기회가 없다”며 “저도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은 계속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뒤를 든든하게 받칠 제자 이응광은 “공연 제목이 청춘을 의미하는 ‘유스 앤드 러브’인데 젊음은 제가 아니라 김성길 선생님을 상징한다”며 “지금도 항상 오페라 채널을 보시고 음악 얘기만 하시는 열정은 젊은 성악가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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