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장소에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확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법한 증거 수집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자택 서재에서 USB를 압수했지만, 법원 영장은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가 아니라 차량에 대해서만 발부한 탓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보관장소’를 확대 해석해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의해 양 전 대법원장의 USB가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보는 이도 있다. 형사소송법은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적법 절차를 따랐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에 참여한 변호인과 양 전 대법원장 본인이 스스로 퇴직하면서 가지고 나온 USB가 서재에 보관돼 있다고 진술했고, 변호인 동의서도 받아 확보한 것”이라며 “영장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임의 제출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취지다. 발부된 영장에도 ‘참여인 등의 진술 등에 의해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되어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장소를 압수수색 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기도 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은닉하거나 옮겨놨을 가능성이 있는 곳을 추정하기 어려울 때 압수수색 영장에 ‘실제 보관장소’라는 단서를 달아 영장을 청구하고, 발부 받기도 한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양 전 대법원장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법원 측이 머쓱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증거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양 전 대법원장 자택에 대해서는 기각했기 때문이다. USB가 자택에서 나온 만큼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평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주거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자진해서 USB를 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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