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정도 천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전통회화를 소재로 국내 최초 국제미술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2018전남국제수묵(水墨)비엔날레’가 관람객 20만명을 돌파했다.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지난달 1일 개막한 국제수묵비엔날레는 이달 31일까지 61일 동안 열린다.
수묵비엔날레는 ‘오늘의 수묵, 어제에 묻고 내일에 답하다’라는 주제로 남도예술의 본향으로 불리는 목포와 진도 6개 전시관을 국내외 작가 266명의 312개 작품으로 수놓았다. 진도권은 ‘전통수묵의 재발견’, 목포권은 ‘현대수묵의 재창조’라는 소주제로 전통과 현대를 모두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수묵비엔날레는 인근에 거주하는 가족단위 관람객부터 1박2일 전라도 여행길에 전시관을 찾은 관광객, 외국인 유학생, 미술전공 학생 등 지역과 연령, 방문계기 등도 가지각색이다. 여대생 김미연(22ㆍ서울)씨는 “그림은 미술관에 가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어도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고 눈에 잘 들어와 수묵을 이해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먼저 비엔날레 1관(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이 수묵 콜라보레이션으로 펼쳐진다. 제1ㆍ2전시실은 수묵을 새롭게 해석한 현대수묵 작품들과 젊은 작가들의 최근 동향을 엿볼 수 있다. 제3ㆍ4ㆍ5전시실에는 필묵을 중심으로 한 거장들의 기운과 작품의 생명력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동양 3국(한ㆍ중ㆍ일)의 전통적인 회화의 세계와 가치관을 조망한다. 또 제6ㆍ7전시실은 자연스러운 수묵의 함축된 경지와 수묵추상의 묘미를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즐비하고, 갓바위 미술관에 위치한 제8전시실에서는 VR 등 첨단기술과 수묵을 융합한 체험공간을 마련했다.
비엔날레 2관(목포 노적봉 예술공원미술관)에는 국내 신진작가와 해외작가들의 실험ㆍ모험적 대형 수묵작품이 설치됐다. 오직 비엔날레에서만 전시 가능한 수묵의 탈공간화와 탈지역화의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비엔날레 3관(목포여객선터미널갤러리)에서는 ‘전통과 가통이 계승되는 전남종가(宗家)전’으로 전남의 대표 종가 10곳을 수묵화와 사진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진도에 마련한 전시관에서는 목포 전시관에서는 엿볼 수 없는 전통수묵의 진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운림산방에 위치한 비엔날레 4관(남도전통미술관)에는 남도산수화와 전통산수화의 새로운 해석과 시도를 담은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비엔날레 5관(금봉미술관)에 가면 동양산수화와 남도화맥의 전통을 잇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진도향토문화회관에 있는 비엔날레 6관(옥산미술관)에서는 전통산수에서 실경산수로 변화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수묵비엔날레는 전시관 밖 전시관도 존재한다. 목포문화예술회관 야외마당에는 거대한 철제 큐브의 4면을 장식한 독특한 설치작품이 눈에 띈다. ‘뽀샵’없이 민낯을 보여주는 엄청난 공력이 들어간 작품 ‘수묵-아트월’. 서울대와 홍익대 등 22개 전국 미술대 학생들이 참가해 무려 251개의 그림이 모여 완성된 대작이다. 또한 자연의 힘을 빌어 작가들이 생각하는 수묵의 정신성을 표현한 ‘대나무 깃발 미술제’는 수묵비엔날레의 성공을 바라는 기원과 축제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가을학기를 맞아 학교별로 현장 체험학습이 본격 시작되면서 수묵비엔날레가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부채나 머그컵 등에 직접 수묵화를 그려보는 체험과 VR수묵체험은 학생단체관람객의 단골코스다.
최병용 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장은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전시관을 순환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며 “수묵도 감상하고 주위경관과 먹거리, 볼거리 등을 통해 가을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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