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시내버스 업체에 지급하는 적자 보전금이 올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준공영제 시행 10년째를 맞는 내년에는 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버스노동자 단체는 준공영제에 들어가는 예산은 눈덩이처럼 늘고 있으나 승객 안전과 노동자 처우 개선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공적 개입 강화를 위한 조례 제정을 주문하고 나섰다.
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들어가는 예산은 올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시는 버스 운송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버스 대당 산정한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업체 적자를 메워주고 있는데, 이 예산은 2015년 571억원, 2016년 595억원, 지난해 904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여파로 32개 업체 156개 노선 버스 1,861대에 1,079억원이 투입된다. 내년에는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버스지부는 1일 인천시청 앞에서 ‘준공영제 개선 촉구 버스노동자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에 준공영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동수 태양여객지회장은 “준공영제 시행 이후 차량 상태와 정비사 질이 나빠졌는데, 사측이 인천시 예산을 지원 받는 정비사들을 준공영제 노선이 아닌 노선에 투입했기 때문”이라며 “예산이 어디에 얼마가 들어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사들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와 5개 광역시, 제주도에서 운영되는 버스 준공영제는 표준운송원가 과다 계상, 임원 인건비 과다 지급, 법적 근거 취약에 따른 공적 개입 약화 등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라며 “인천시는 버스운송사업조합 측과 체결한 이행협약서를 기반으로 준공영제를 운영 중인데, 이 협약서가 시 권한을 지나치게 제약해 공적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와 버스조합간 표준운송원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리거나 버스조합 주관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하도록 한 협약서 조항 등을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인천시도 매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시내버스 연료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처럼 연료비를 쓴 만큼이 아닌 용역연구를 거쳐 산정한 표준연비 범위 안에서만 지원하는 제도를 이달부터 시행하는 등 준공영제 개선을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앞서 준공영제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상위 법이 없고 버스조합과 체결한 이행협약서를 준수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무산됐다”라며 “최근 마무리된 버스 업체 경영실태 정산 점검 및 표준운송원가 산정 용역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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