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앞으로 4년간 일자리 창출 실천 계획과 추진 일정을 담은 ‘일자리 정책 4년 로드맵’을 1일 야심차게 내놨다. 일자리 10만개를 만들어 63%대에 그치고 있는 광주지역 고용률을 68%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시는 지역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일자리 창출에 참여하도록 각종 제도와 주변 환경을 고용친화 쪽으로 혁신해 나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광주시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 지난해 10월 이용섭 광주시장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당시 발표했던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과 흡사해 표절 시비를 낳고 있다. 특히 현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정부 정책을 인용한 광주시의 일자리 정책도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는 이날 제2차 일자리위원회를 열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 계획으로 10대 중점 과제와 80개 세부 추진 과제를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이 시장이 민선 7기 4년간 지역 일자리 정책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이 시장은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인 일자리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의 10대 중점 과제 대부분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 등을 베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해 시가 정말 좋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중점 과제 중 시가 시정운영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개편하고, 고용영향평가제 도입은 물론 고용우수기업에 고용탑 수여 등을 통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은 정부의 것과 쏙 빼닮았다. 앞서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모든 국정운영의 중심을 일자리에 두고 고용영향평가 강화와 고용 우수기업에 대한 고용탑 수상 등 일자리 관련 포상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10대 중점 과제ㆍ100대 세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시가 선정한 청년ㆍ여성ㆍ신중년ㆍ노인 등 맞춤형 일자리 지원 과제는 정부의 ‘청년 여성 신중년 등 맞춤형 일자리 지원 과제’와 제목까지 비슷하다. 이 밖에 시가 발표한 ▦창업생태계 조성 ▦광주만의 독특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경제 일자리 확대 ▦미래전략산업 육성 ▦노사상생 및 비정규직 근로여건 개선 행복한 일터 문화 정착 등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중점 과제와 아주 유사하다.
심지어 시가 80개 세부 추진과제를 분기별로 실적과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공무원과 민간전문가, 정책수요자 등으로 ‘로드맵 점검팀’을 구성하겠다는 것도 이 시장이 일자리위 부위원장 시절인 지난해 12월 발족했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 현장점검단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광주시의 일자리 정책도 공염불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시장이 일자리위 부위원장 때 발표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 로드맵이 장밋빛 청사진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판에 이를 그대로 베낀 듯한 광주시의 지역 일자리 창출 방안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주시 일자리 정책 로드맵은 지난해 발표된 정부의 일자리 정책 로드맵을 참고해서 지역 여건에 맞게 ‘지역 버전’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며 “열악한 지역 일자리 현실을 바꾸는 게 이번에 발표한 일자리 계획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시장도 “일자리 로드맵은 일자리 정책의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며 “앞으로 시민들과 전문가, 경제계, 노동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보완ㆍ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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