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공짜노동’을 둘러싼 대립이 결국 검찰로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1년 전 합법노조 지위를 얻은 택배노조 조합원들의 거센 공세에도 회사측은 “우리는 근로자가 아닌 택배기사들과는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갈등은 점점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는 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노조와의 교섭을 거부(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한 CJ대한통운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김진일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서울고용청 관계자로부터 (이번 사건을) 조만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올해 5월 말 택배기사들의 노동환경 개선 관련 교섭 요청을 거부하는 CJ대한통운을 고용청에 고소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1월 노조설립신필증을 받은 합법 노조다. 자영업자(사용자)와 노동자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특수고용노동자’가 노조 설립 허가를 받은 첫 번째 사례다. 이후 노조는 올해 1월 배송 전 택배 분류작업 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협의안을 들고 CJ대한통운에게 교섭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고용구조 상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있는 각 대리점과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노조는 권한이 없는 대리점과의 협상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며 각 대리점과 운송위탁 계약을 맺는 원청인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줄곧 요구해왔다. 노조는 분류작업에만 7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금 지급이 필요하다며 6, 7월에는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택배노조는 고용청 판단을 압박카드로 정부가 추가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용노동부가 CJ대한통운과 대리점이 공모해 공격적 직장폐쇄를 한 사례 등을 처벌하고 일명 ‘공짜노동’ 분류작업 행태에 대해 전면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역시 물러설 기미가 아니다. 독립적 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가 근로자 지위를 가질 수 있느냐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위해 낸 행정소송의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로 이뤄진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서울행정법원에 각각 40여건의 소송을 냈고 현재 4건으로 병합돼 심리가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노조와도 원칙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행정소송과 별개로 택배노조와 개별 대리점 사이 협의 과정에서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주장대로 고용청이 기소 의견을 내고 검찰이 받아들인다면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 해석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택배산업 외에서도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고용청 측은 “조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은 사실이지만 기소ㆍ불기소의견 결정 여부는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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