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소음이 극심한 해양경비 함정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뒤, 25년이 지나 난청이 생긴 전직 해양경찰관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김모(68)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김씨는 1979년부터 91년까지 12년간 해양경비함정에서 근무한 뒤, 헬기운영부서에서 일하다 2008년 퇴직했다. 김씨는 2016년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아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 승인을 신청했으나, 공단이 “공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노인성 난청일 가능성이 높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공무 중 노출된 소음과 난청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며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자연적인 노화 진행이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김씨가 해양경비함정에서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돼 노인성 난청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돼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김 판사는 “김씨가 한 달에 열흘 가량 실시한 출동 근무 때마다 24시간 내내 상당한 소음에 노출됐을 수 있다”며 “난청은 일상에서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어서야 뒤늦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지나 진단받았다고 해서 공무 중 노출된 소음과 난청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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