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의 정부 예산정보 무단 열람ㆍ유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강제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겠다는 애초 입장과 달리, 정치 공방과 함께 추가 고소ㆍ고발이 이어지면서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진수)는 지난 28일 심 의원실 보좌관이 입회한 상태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보좌관들이 지난달 초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접속해 미인가 자료를 내려 받을 당시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확인하기 위한 첫 단계인 셈이다. 포렌식 수사가 마무리 되면 자료에 접근한 보좌관들을 부르겠다는 게 검찰 방침이다. 그러나 해킹과 국가기밀 여부 등 핵심 쟁점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심 의원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정치사건화 한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심 의원 측이 이들이 접근하는 방식에 불법성(해킹 등)ㆍ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우선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좌관들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정통망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법에는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48조 1항)이 있다. 심 의원 측은 “정부로부터 받은 ID를 통해 정상접속을 했고,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과정에서 자료에 접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오류라는 취지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대체로 해킹을 통한 불법 접근이 아니라면 고의성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는 “시스템상 오류로 접근했더라도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다면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검찰도 조만간 보좌관을 상대로 비인가 자료인지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예산 정보에 접근한 목적이 국회 의정활동 중 하나인 ‘예산 감시’이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이 행정기관의 예산남용을 감시하는 것은 공익적인 일”이라며 “국가 예산을 공무원이 공무로 집행하고 있는데 이를 해당 공무원들의 개인정보라고 보호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 최근 심 의원이 예산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것을 ‘비밀 누설’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 쟁점이다. 기재부가 지난 27일 “비인가 자료를 반환하지 않고 오히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제3자에게 공개했다”며 추가 고발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고발장에 “무단 획득한 자료에 대한 정확한 사실이나 경위를 확인하지 않고 공개함으로써 국정운영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행위”라고 맞섰다. 법조계에선 공개한 자료가 얼마만큼 공익성이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공개한 자료가 사회적 공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될 사안인지 아닌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최근 청와대 인사 13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부당하게 청와대 회의 수당을 받았다”며 문제 제기를 한 이후 청와대도 고소 검토를 언급했지만 청와대가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의당 소속 박원석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선정적인 문제제기가 나오면 청와대 대변인이나 총무비서관이 이를 구구하게 해명하고 SNS에 퍼나르는 식의 대응 말고 선제적으로 지난 1년 6개월간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일부 안보 등의 사안을 제외하고 정부 공개양식에 맞춰 공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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