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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부드러워진 리용호, 일방적 비핵화는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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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부드러워진 리용호, 일방적 비핵화는 거부

입력
2018.09.30 17:07
수정
2018.09.30 23: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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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연설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연설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도 일방적 핵무장 해제는 없다며 미국의 신뢰 조치를 거듭 압박했다. 리 외무상은 다만 협상 상대인 트럼프 정부에 대한 공격적인 언급은 삼가면서 수위를 조절했고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아예 “(미국에) 신뢰구축을 호소한 것이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리 외무상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가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에만 실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미국은 조선반도 평화체제 결핍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해소하는 대신 선(先) 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 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며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는 북남 사이의 판문점 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 복종하는 연합군 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유엔군 사령부 지위를 도마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리 외무상의 연설은 북한의 이전 연설이나 성명과 비교하면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나 표현이 한결 절제됐다. 리 외무상은 1년 전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과대망상’ ‘정신이상자’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지만 이 같은 거친 표현은 아예 사라졌다. 북한은 지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당시만 해도 미국의 선(先) 비핵화 요구를 “강도적 요구”라고 맹비난했으나 이날은 ‘일방적’ ‘강권’ ‘강압적’ 등의 표현만 사용했다. 북한의 상투적인 거친 표현이 결국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이어진 것을 다분히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5월에도 최선희 부상이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얼뜨기’ 등으로 비난했다가 북미 정상회담 취소 사태를 겪기도 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연설에선 비핵화 협상 교착 원인과 관련해선 ‘정치적 반대파가 행정부를 강박해 훼방을 놓고 있다’며 반(反) 트럼프 진영 탓으로 돌렸다.

리 외무상은 아울러 15분 분량의 연설에서 신뢰를 강조하거나 불신을 비판하는 표현만 무려 18차례 사용하며 북미간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평화도 19차례나 언급됐고 비핵화도 7차례 거론됐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리 외무상 연설 뒤 미국의 소리(VOA)에 리 외무상 연설이 강한 대미 압박 메시지로 읽히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으면서 “(연설 내용이) 세지 않았다. 우리가 신뢰 구축을 호소한 것이지 그게 왜 센 거냐”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미국에 요구 사항을 촉구하면서도 북미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겠다는 속내를 보인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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