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인상 발(發) ‘고용쇼크’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올해(16.4%)와 내년(10.9%)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이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주장의 사실관계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년 이상 계속된 최저임금 논란에도 침묵을 지키던 고용부가 이제야 실태조사에 나섰단 점을 두고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고용부는 이날 이재갑 신임 장관이 21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근로기준국을 비롯한 관련부서에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의 취지에 대해 “고용지표 통계만 놓고 최저임금 인상의 실제 영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확한 조사를 통해 실체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조사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 고용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객관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부처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민간 전문가와 함께 이를 조사하는 방안과 연구기관 등 제3의 기관에 실태조사를 의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지표 악화 논란은 역대 최대 인상 액수를 기록한 2018년 최저임금 결정 후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히 새로운 최저임금이 적용된 올 들어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감하다 지난달에는 급기야 취업자가 1년 전보다 고작 3,000명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고용 악화에 최저임금이 미친 영향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됐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효과를 분석할 공식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올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태조사부터 먼저 하라”고 지적해왔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부는 지금까지 “인구구조 변화 및 자동차 구조조정 같은 산업, 경기부진 등 여러 가지 요인의 결합이 고용부진의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 탓만으로는 볼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뒷짐을 져왔다.
일각에서는 고용부의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이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했던 지난 2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관계장관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수정 및 보완의 필요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달 전 열렸던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달라진 모양새다. 다만 고용부는 이 같은 추측에 대해 “실업률, 취업률 같은 통계 수치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최저임금 영향을 파악하겠다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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